북한의 경악할 6차 핵실험 강행 이튿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펼쳐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연설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추 대표의 연설은 대다수 국민감정과 동떨어질 뿐만 아니라 북한도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최고의 응징`과도 거리가 멀다. 그는 북한과 미국에 동시에 특사를 파견하자는 제안과 함께 설익은 `한반도 신세대평화론`을 늘어놓아 야당의 빈축을 샀다. 극한상황의 북핵 위기 앞에 국론의 사분오열을 촉발하고 있다.

추 대표는 연설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양대 축으로 `격차 해소`와 `적폐청산`을 제시했다. 특히 지대추구(地代追求·rent-seeking)를 강력비판하고 초과다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대추구란 `경제 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생산적인 활동에 경쟁적으로 자원을 낭비하는 현상, 즉 로비·약탈·방어 등 경제력 낭비 현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초미의 관심사인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내놓은 주장들은 5천만 국민들이 핵 인질이 된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전혀 안 보이는 뜬금없는 논리라는 비판을 모면키 어렵다. 이날 추 대표의 연설에는 `대화`가 12번이나 등장한 반면 `규탄`은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아 `핵보유국` 거드름 속에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들에게 애걸복걸하는 이미지만 남겼다. 도대체 집권여당 대표가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허탈했다.

추 대표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른 안보 위기와 관련, “북한과 미국에 동시 특사를 파견해 북미, 남북 간 투 트랙 대화를 추진할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고 밝혔다. 온 세계가 `대화는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시점에 `대북특사`를 해결책이라고 입줄에 올리는 한가로운 모습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추 대표가 이어서 내놓은 `한반도 신세대평화론`은 더욱 황당하다. 그는 우리의 미래세대와 북한의 장마당 세대를 등치시킨 뒤 “이제라도 김정은 위원장은 신세대적 사고와 각성으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해 김정은을 `장마당 세대`로 분류하는 말도 안 되는 억지논리를 펼쳤다.

추 대표의 연설을 `강경` 모드 코너에 몰린 문 대통령과의 역할 분담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정치적 해석이 있다. 그러나 갈 데까지 간 핵위협에 맞서기 위해서 여야 정치권이 똘똘 뭉쳐도 시원찮을 판국에 오히려 커다란 파장만 일으킨 꼴이어서 안타깝다. 추 대표의 연설을 맹비판하는 야당의 흥분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임진왜란 전 전란의 예측을 놓고 두 패로 갈려 드잡이 당파싸움에 골몰했던 비극의 역사가 자꾸만 떠오른다. 멸망을 부르는 악몽의 시나리오들이 무수히 날아다니는 한반도의 딱한 민생들은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나. 하루빨리 뭉쳐서 길을 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