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희
비가 많이 내리던 날, 나영이와 나영이 엄마가 우산을 쓰고 주황이가 살고 있는 수족관으로 들어왔습니다.

“다음에 사자니까 꼭 비 오는 날에 이래.”

엄마는 물이 줄줄 흐르는 우산을 입구에 세워두며 한마디했습니다.

“엄마는, 금붕어도 물을 좋아하니까 비 오는 날도 좋아할 거예요.”

말대꾸를 하는 모양을 보니까 나영이는 엄마도 어쩌지 못하는 고집쟁이인가 봅니다.

“금붕어 사시게요?”

주인의 목소리가 우렁찹니다. 사실 주인은 오늘 같은 날에는 언제나 풀이 죽어 있습니다. 손님이 거의 없으니까요.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수족관에 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이런 날은 우리가 먹는 밥도 줄어든답니다. 오늘 밥은 둘 다 세 알씩 밖에 못 먹었습니다. 그런데 나영이 모녀가 들어서자 생기가 돋아나는 것 같습니다. 목소리가 밝아지고 너무 커졌습니다. 우리도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네. 딸애가 하도 졸라서 왔어요. 어떤 금붕어가 좋을까요?”

“몇 마리나 필요하세요?”

“아저씨, 두 마리 주세요. 집에 세 마리가 있는데 친구가 더 있으면 좋겠다고 아침마다 조르거든요.”

나영이가 신이 나서 먼저 말합니다.

“그래, 이쪽으로 와서 골라보렴.”

나영이는 발뒤꿈치를 들고 수족관 유리 속을 볼 수 있을 만큼 키가 작았습니다. 말간 눈동자를 굴리며 우리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어제까지는 많은 금붕어가 있었지만 모두 선택되어져 이사를 가고 지금은 주황이와 까막이 그리고 볼이 하얗고 등지느러미가 알록달록 해서 이름 붙여진 알록이만 남아있습니다.

주황이와 까막이는 간절한 눈빛으로 함께 뽑히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나영이는 우리의 눈빛을 읽었나 봅니다. 주황이와 까막이를 가리키지 않겠어요. 그런데 반가움도 잠시 나영이 엄마는 금붕어가 세 마리밖에 없어서 탐탁지 않았나 봅니다. 얼굴이 굳어 있습니다.

“한 마리는 나영이가 고르고 한 마리는 엄마가 고르자.”

나영이는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네.”

엄마가 먼저 서슴없이 알록이를 골랐습니다. 나영이는 한참동안 고민을 했습니다. 남는 한 마리가 무척 쓸쓸할 것 같아서입니다. 그래도 약속을 했으니 한 마리만 골라야 했습니다.

나영이는 어렵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거, 주황색 금붕어요.”

나영이는 빨리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저쪽으로 갔습니다. 순간 주황이는 너무 기뻤습니다.

‘드디어 나도 이사를 가게 되었어. 야호.’

하마터면 ‘야호’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올 뻔했습니다. 찢어진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살며시 구석으로 가고 있는 까막이를 못 보았으면 큰 실수를 했을 것입니다. 주황이는 까막이와 헤어지는 것이 무지무지 슬펐지만 다른 금붕어들처럼 이사를 가게 된 것은 한없이 기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까막이의 슬픈 눈도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알록이와 주황이를 작은 그물로 떠서 물이 반쯤 담긴 비닐봉지에 넣었습니다. 산소를 봉지 속에 듬뿍 넣어서 나영이에게 주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나영이 집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장성희씨 약력>

경남대 국어교육과 졸업

2001년 수필 ‘풍경’으로 등단(한맥문학)

2004년 동화 ‘친구’로 신인상 수상(오늘의 문학사)

한맥문학, 문학사상, 열린문학, 삶터문학 회원

    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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