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도 중

받고 싶은 메일이 복숭아밭 바람으로

사이사이 오고 있어서 열지 못하고

온 메일 열지 못하니 저렇게 꽃들이 핀다

한 통도 아닌 안타까운 여러 통이 대번에 와

참지 못할 내 마음 내용일 것 같아서

살구꽃 피었다 진 뒤 복숭아나무 곁을 운다

결국은 꽃 지나 꽃으로 오듯 떨구며

열어보지 않은 메일 속 마을 길 오는 소식

봄길로 간다 무슨 색인지 한 뭉텅이로 걷는다

먼 들판을 만들며 나부끼며 일상으로 가겠지

오래 바래어선지 연한 색 꽃 이파리 되어

내 마음 길 위에 물 위에 한없이 휘날린다

가슴 졸이며 손 편지를 뜯어 읽으며 건너온 세월이 있었다. 이제는 나이 들어 이메일을 열어볼 수 없는 노년에 이르렀지만 마음만은 아직 청춘의 시간에 머물러있는 것이다. 시대는 바뀌고 세월은 흘렀지만 시인의 감각과 시정신은 아직 젊고 열기와 패기가 가득찬 것을 읽을 수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시쳇말이 떠오른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