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 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이 퇴계 이황 선생의 선비정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br /><br />/손병현기자
▲ 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이 퇴계 이황 선생의 선비정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병현기자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는 후한 `박기후인(薄己厚人)`과 자신을 끝없이 낮춰 존경을 받는 것이야말로 참된 선비정신입니다.”

`조선인재 반다(半多)영남 영남인재 반다안동`이라 할 정도로, 안동은 명현거유(名賢巨儒)를 많이 배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조선 최대의 성리학 대학자 퇴계 이황 선생의 선비정신에 반해 10여 년간 퇴계 선생의 선비정신을 확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을 만났다.

기획예산처 장관 등 정부 고위직을 지낸 뒤 퇴계 선생의 삶과 참된 선비정신을 좇아 매주 3~4일 안동에 머물며 생활한 지 10년이 지났다.

퇴계 선생의 참된 선비정신에 반해 그 정신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퇴계처럼`과 `선비처럼`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薄己厚人정신 실천, 자신을 끝없이 낮춘 퇴계 일화 듣고 부끄러움 느껴
자신의 이익보다 사회 위해 노력하는 삶 사는 사람이 시대의 참된 선비

`퇴계처럼`·`선비처럼` 책 출판 등
서울~안동 오가며 생활 10년째

현대사회 리더·선비정신 등 지도·강의
선비수련원 올해 방문객 13만명 목표

“대구·경북 발전에 훌륭한 정신 바탕
선각자 역할 책임질 인재 양성해야”

- 어떤 연유로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을 맡았나.

△2007년 초에 처음 이야기가 나왔다. 선비문화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당시 나이도 젊어 5년 뒤에나 이야기하자며 고사했다. 그런데 그해 겨울 새벽길을 걷다 넘어져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그때 정기이사회가 소집됐고 그 자리에서 나를 이사장으로 선임해 버렸다.

- 이사회 결정에 따른 이유는?

△제가 옛날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했다. 역사에 관심도 많아 대학에서도 사학을 전공했다. 공직생활할 때도 종종 도산서원과 퇴계종택을 찾았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일로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래서 그동안 이사장직을 고사했던 것이지만, 운명이라 생각하고 이사회 결정에 따랐다.

- 본의 아니게 이사장직을 맡은지 10년이나 됐다. 특별한 소감은.

△이사장으로 단순히 1년에 2~3번 정도 이사회를 주재하는 그런 이사장은 나에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후 수시로 서울과 안동을 오가며 수련원에서 강의를 청강하기도 했다. 퇴계종손과 함께 생활하면서 느낀 퇴계 선생의 선비정신이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선비정신과 다르다는 점을 알았다. 신선한 충격이었고 감동이었다.

 

▲ 김병일 이사장이 참된 선비정신을 알리기 위해 발간한 `퇴계처럼`과 `선비처럼`.
▲ 김병일 이사장이 참된 선비정신을 알리기 위해 발간한 `퇴계처럼`과 `선비처럼`.

- 퇴계 선생의 선비정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는 후한 `박기후인(薄己厚人)`의 정신을 실천하고 자신을 끝없이 낮춤으로써 존경을 받은 퇴계 선생의 일화를 듣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선비는 자기 인격을 갈고 닦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을 남에게 낮추고 상대를 배려하는 삶, 자기 자신의 이익보다는 사회의 이익을 위해서 노력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이 시대의 참된 선비다.

- 퇴계 선생의 선비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퇴계선생의 삶의 모습을 닮은 사람하면 두 명이 떠오른다. 고 김수환 추기경과 퇴계 16대 이근필(86) 종손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자신하게 엄격하고 남에게 후한 `박기후인`을 실천하는 삶을 사셨다. 그로 인해 종교를 초월해 모든 사람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퇴계 16대 이근필 종손의 모습을 보면 정말 선비다. 선비문화 수련생들이 뽑는 가장 인상 깊고 최고의 시간이 `종손과의 대화의 시간`이다.

항상 그는 수련생들에게 큰절을 하며 자세를 낮춰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무릎을 꿇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한다. 퇴계 선생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자칫 집안자랑 조상자랑으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안동지역의 선비정신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미담을 소개한다.

`종손과의 대화의 시간` 이근필 종손은 보백당 김계행 선생의 청백정신(우리 집에 보물은 없지만 보물이 있다면 오직 청백이 있을 뿐, 몸가짐을 삼가고 남을 대함에 있어 충직하고 온순하라)과 남을 배려하고 그것을 실천하면서 세상을 밝게 비추는 인재 양성(위세광명)을 위해 여러 사학을 설립한 민송 권영우 박사의 이야기 등을 수련생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또 그는 도덕성 회복의 물결이 많은 사람에게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직접 붓글씨로 쓴 사자성어를 수련생들에게 선물하며 “고맙습니다. 훌륭한 사람 되세요.”라고 수련생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한다.

- `퇴계처럼`과 `선비처럼`이라는 책을 출판 배경은.

△이사장직을 맡고 4~5년이 지난 후 퇴계선생의 훌륭한 일화를 선비문화수련원을 찾은 사람들에게만 들려주기엔 아쉬움이 컸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젊은 사람들에게 퇴계(선비)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선비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이 일화들을 책으로 엮어 만들게 됐다. 이를 위해 글항아리 출판사 등록도 했다.

- 퇴계 선생의 어떠한 일화들이 있는가?

△`퇴계처럼`은 총 3가지 주제로 엮었다. 첫째, 퇴계선생의 부인, 며느리 등 가족들을 어떻게 잘 보살폈는지. 둘째, 그런 퇴계선생에게 어릴 적부터 영향을 준 박씨부인과 할머니 이야기. 셋째, 사회적 약자인 하녀 이야기와 천민출신 대장장이를 제자로 받아들인 이야기이다.

`선비처럼`은 퇴계 선생과 선비에 대해, 혼돈스러운 지금 세태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수준에서 짚어보고 참신한 대안을 제시한 치열한 사유의 궤적들을 담았다.

- 선비수련원을 다녀가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올해 목표는.

△이사장을 맡은 첫해인 2008년 3천900여 명이 수련에 참여했다. 그러던 것이 2015년 7만 명을 넘었고, 지난해 1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목표는 13만 명이다.

- 주로 이곳을 찾는 수련생들은 누구며, 어떤 내용의 수련을 하나.

△주로 초·중·고교 학생들이 많다. 지난해부터는 기업에서도 많이 참가하고 있다. 수련 내용은 먼저 강의를 통해 현대사회 리더와 선비정신 등을 배운다.

도산서원과 퇴계 선생의 묘소 등을 찾아 퇴계선생의 삶과 선비정신을 느껴보고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이어 도산서원 의례체험(알묘례)과 퇴계선생의 건강관리 운동법인 활인심방(活人心方)을 배운다. 마지막으로 수련을 통해 느꼈던 점과 앞으로의 삶을 위해 자신이 실천할 점에 대해 생각해 보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 선비문화수련원의 교육시간과 신청은 어떻게 하면 되나.

△선비문화수련 프로그램은 성인과 학생으로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

성인의 경우 1일, 1박2일, 2박3일 과정 중 선택이 가능하다. 과목은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 주로 기업체와 교원, 학부모들이 단체로 신청한다.

학생의 경우 초·중·고등학생으로 나눠 수련원에 입교해서 하는 프로그램, 수련 지도위원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교육하는 프로그램, 중학생들의 자유학기제에 대비한 프로그램, 대입·고입 후 중3, 고3 학생들을 위한 수련 프로그램 등이 있다. 수련 신청은 전화나 인터넷(http://www.dosansunbi.kr)을 통해 문의하면 된다.

-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도산서원을 방문했었다. 그때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한국의 9개 서원이 2018년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 총리에게 등재가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산서원의 경우 선비문화수련원을 운영하면서 17년째 강학기능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토록 교육예산, 1·2원사 준공예산을 국가에서 지원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 현 정부가 경북지역에 SOC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경제부처 장관 출신으로서 현 정부의 예산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나.

△공자의 논어에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謀其政)`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 그 직책에 있지 않으면 그곳의 정사에 대해 논하지 말라`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 오래돼 조심스럽다. 하지만 수십 년간 이와 관련된 일을 해온 사람으로서 사업의 시기와 적정성 예산 규모에 대해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욱 디테일한 판단이 필요하다.

물론 지역적으로 예산 규모의 분배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의 예산은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짜여지기 때문에 예산 지원 금액도 다 의미가 있다. 나는 그 의미를 모르는 상태며 여기에 대해 왈가불가하기에는 가벼운 처신이라 생각한다.

- 현 정부가 SOC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현 정부가 국민 일자리 창출과 복지 예산을 늘리기 위해 SOC사업 예산을 줄이는 선진국형 예산 정책을 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정부의 복지와 국방 예산이 지역 예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SOC사업 예산만 지역 예산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동네에 있는 노인정과 어린이집 등에 지원되는 복지예산도 지역 예산이다.

- 이번 SOC예산 삭감으로 지역 홀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경북 영남지역뿐만 아니라 호남지역, 충청지역, 강원지역 등 모든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 예산 분배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불만도 공평하게, 불만의 정도를 비슷하게 유지해 국민적인 설득이 필요하다,

- 끝으로 앞으로 대구·경북의 발전 청사진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현역을 떠나 시골에서 10년째 퇴계 선생의 삶에 반해서 선비정신을 세상에 알리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하면서 최근에 정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정확하지도 않을 뿐더러 부실한 내용일 수밖에 없다.

다만, 경북지역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주인 역할을 가장 많이 해왔고 훌륭한 정신을 가진 조상들이 선각자의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선각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가 지역에서 나와야 한다. 저도 작으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정신의 큰 자산이라고 볼 수 있는 선비정신을 알리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김병일 이사장 프로필

△상주 출신(72) △중앙고 △서울대 사학 석사 △통계청장 △조달청장 △기획예산처 차관 △기획예산처 장관 △한국국학진흥원 원장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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