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불모지인 대구에 대기업 그룹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가 대구 본사 시대를 열었다. 대구시가 유치한 현대로보틱스는 지난달 말 대구테크노폴리스 내에 설비 시설 등을 갖추고 본격적인 생산 활동에 들어갔다. 국내 최대 산업용 로봇 제조사인 현대로보틱스는 올 1월 울산을 떠나 대구로 공장을 옮겼다. 현대중공업 그룹 지주회사로 시가총액 7조 원이 넘는 대기업이다.

현대로보틱스는 작년까지만 해도 현대중공업의 로봇사업부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4월 현대중공업, 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 4개 지주회사로 나눠지면서 대구에 둥지를 튼 것이다. 국내 산업용 로봇 생산 1위 기업이다. 세계 7위이며 일본의 야스카와 전기와 독일의 쿠카(KUKA) 등 글로벌 산업용 로봇생산 기업과 경쟁을 벌이는 기업이다.

전기차와 함께 에너지 및 물 관련 산업, 미래형 의료기기 등 스마트 시티를 목표로 산업구조 개편 노력을 벌이고 있는 대구시로서는 부여할 의미가 많다. 특히 현대로보틱스 대구 이전 후 5개 협력업체들이 추가로 이전을 해 고용창출 등 대기업 효과도 기대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정몽준 회장이 최근 자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주식 전량을 매도하고 현대로보틱스 신주를 배정받았다는 것이다. 정 회장의 현대로보틱스 주식은 10.2%에서 25.8%로 높아졌다. 이 같은 배경을 두고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에 섰다는 분석도 있다.

이제 현대로보틱스가 대구로 사업장을 이전한 이유에 타당한 성과를 내도록 대구시 등이 협력을 다해야 한다. 대구가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평판을 얻어 더 많은 기업들이 대구를 찾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대구시는 미래성장 엔진의 하나로 로봇산업을 주력 산업군으로 선정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도 그래서 대구에 터를 잡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갈 대구시로서는 이에 걸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대로보틱스의 대구본사는 이런 점에서 의미가 큰 것이다.

지난해까지 현대로보틱스는 울산 공장에서 연간 4천대 가량의 로봇을 생산했다. 대구공장 이전을 계기로 2020년까지 8천대 정도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종업원도 현재 260명에서 지속적으로 늘려갈 예정이라고 한다. 대구시는 권영진 시장 취임 후 롯데 케미칼 등 153개사 1조9천억 원 상당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고 한다. 이번 현대로보틱스의 대구본사 시대 개막을 계기로 대구의 경제 분위기가 확 살아났으면 한다. 대기업들이 대구에 투자를 해도 좋겠다는 인식을 확실히 가지도록 경제 환경 등을 꼼꼼히 살펴봤으면 한다. 현대로보틱스 대구시대가 지역총생산(GRDP) 전국 꼴찌의 대구 불명예를 회복하는 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