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V-PASS(어선위치발신장치) 먹통이 문제였단다. 30일 새벽 3시 30분께 포항 구룡포항을 출항한 제803광제호(27t·승선원 9명)가 뒤집혀 선원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해상 조난, 전복사고로 소중한 생명이 스러져가는 이유가 V-PASS 미설치나 고장 문제라는데 도무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분통을 사고 있다. 제발 문제점을 보완하고 강력하게 단속해 비극을 종식시켜야 할 것이다.

803광제호는 30일 오전 3시께 포항 구룡포항에서 출항해 독도 근해로 이동하던 중 1시간 30분 만인 오전 4시 33분께 호미곶 북동쪽 16마일 해역에서 강풍과 높은 파도에 휩쓸려 전복됐다.

이 사고로 어선에 타고 있던 9명 중 선원 김종율(67)씨 등 4명이 숨지고 손강호(55)씨 등 2명이 실종됐다. 선장 김명진(59)씨 등 3명은 침몰 직전 극적으로 탈출해 전복된 배 위에서 구조를 요청하다 출동한 해경 경비함에 의해 구조됐다.

사고어선에 설치된 V-PASS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사고발생 이후 무려 8시간 동안 당국이 조난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허점을 드러냈다. 뒤늦게 사고 선박을 발견한 아틀란틱 하모니호가 포항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신고했고 인근에서 경비 중이던 경비정 1510함이 현장에 급파됐으나 도착시간은 사고 발생 8시간 14분이나 지난 낮 12시 47분께였다.

해난사고 시 V-PASS는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V-PASS는 자동 조난신고 기능을 가지고 있어 선박의 기울기를 파악해 해양사고 발생 시 어선의 위치와 함께 긴급구조신호(SOS)를 발신한다. V-PASS 신호가 끊기면 경고신호가 바로 뜨기 때문에 해경이 즉각 구조활동에 나서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지난 1월 포항 앞바다에서 화물선과 충돌 후 전복돼 6명의 인명피해를 낸 209주영호(74t·승선원 7명) 사고도 V-PASS 고장이 문제였다. 당시 V-PASS 장착에 대한 의무규정 미비, 정부당국의 지원 및 관리 미흡, 고장수리 체계 허술 등이 지적된 바 있다.

그러나 해경을 비롯한 정부의 대응은 거북이걸음이고 그 사이 목숨을 내건 어민들의 조업은 계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사태가 불거질 적마다 행정당국과 정치권은 금세 근본대책 마련에 나설 것처럼 하다가도 불과 며칠만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감감무소식인 일이 한 둘이 아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생업에 나선 국민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일은 그래서는 안 된다.

부디 이번 기회에 V-PASS 장착과 관리를 어민들에게만 미루지 말고 정부당국이 해결책 마련에 나서길 바란다. 비싸서 못 달고, 고쳐주는 데가 없어서 고장 난 생명줄을 방치한 채 생활전선에 내몰리는 국민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더 이상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