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간 포항지역 구석구석 발품 팔며 연구
풍속·민속놀이·별신굿 등 8가지 영역 엮어

▲ 민속학자 박창원씨

포항지역의 민속학자이자 청하중학교 교장인 박창원(60)씨가 최근 30년 동안 동해안 지역의 민속을 조사해 정리한 `동해안 민속을 기록하다`라는 전문서적을 출간했다.

박씨는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 지역의 민속을 조사·연구해 1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해 왔는데, 올 8월 말 교장 퇴임을 기념해 한 권의 책으로 묶게 된 것이다. 세시풍속, 민속놀이, 공동체신앙, 기우제, 별신굿, 풍수, 신화, 전설 등 8가지 영역을 다뤘고, 주로 그 동안 쓴 논문을 이야기 형식으로 쉽게 풀어서 썼다.

이 책에서 박씨는 30여 년 간 발품을 팔면서 조사한 포항지역 구석구석의 세시풍속과 민속놀이의 특별한 점을 보여 주고자 했다. 연연세세 지역민들의 정서 속에 녹아 있는 민간신앙의 원리와 거기에 담긴 지역민의 의식세계를 들여다보았으며, 주목할 만한 신화와 전설을 소개하고 거기에 투영된 상징과 의미를 분석해 보였다.

박씨가 민속학에 입문한 것은 국어교사였던 1990년대 중반, 대학원에서 민요 연구로 석사학위 논문을 쓰면서부터다. 민요를 연구하다보니 인접 학문인 민속학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농업노동요는 농경세시를 알아야 했고, 어업노동요는 어로민속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때마침 지도교수로부터 한국민속학회에 들어가 학회활동을 해 보라는 권유를 받아 가입함으로써 본격적인 민속학 연구자가 된 것이다.

그것이 인연이 돼 이후 근 20년 동안 한국민속학보를 비롯한 학회지와 지역의 학술지에 민요, 설화, 민속놀이, 민간신앙, 풍수설화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대단한 업적은 아니지만 교직생활 틈틈이 조사·연구한 것이어서 그 나름대로는 소중한 작업이었다.

“최근에 그 동안 써왔던 논문을 한 곳에 정리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죠. 그러나 단순히 논문을 한 권에다 모으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관련 분야의 연구자가 아니라면 논문 한 편 읽기가 쉽지 않은데, 논문집을 읽을 사람은 도무지 없겠기 때문이죠. 이왕에 정리를 하자면 전문적인 내용을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써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또 쉽게 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재미있게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독자들로 하여금 민속이라는 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흥밋거리를 만들어야 했던 것. 그래서 책 제목에, 각 영역별 제목에 `이야기`를 넣었다. 단순한 설명이나 이론이 아닌 하나의 이야기로 읽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해서다. 그렇게 써보겠다고 덤빈 책이지만 의도대로 잘 되지는 않았다. 역량 부족을 실감하면서 쓰고, 또 썼다.

박씨가 이번에 펴낸`동해안 민속을 기록하다`는 제목 그대로 동해안의 민속에 관한 것이다. 세시풍속, 민속놀이, 공동체신앙, 기우제, 별신굿, 풍수, 신화, 전설 등 8가지 영역을 다뤘다. 주로 그 동안 쓴 논문을 바탕으로 하였고, 이 책을 쓰면서 새로 보완한 것도 상당수 있다.

동해안이라 하지만 일부 경주나 영덕 이야기를 빼면 사실 거개가 포항 쪽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해안 민속 이야기`라 한 것은 포항의 민속이 크게 봐서 같은 바다를 끼고 있는 인근의 경주, 영덕, 울진의 민속과 일맥상통할 것이라고 생각한 때문이다.

박씨는 앞으로의 계획으로 “퇴임 후에는 일단 동해안 지역의 민속놀이와 민간신앙에 대해 조사, 정리 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월월이청청, 지게상여놀이, 앉은줄다리기 같은 동해안을 대표할 만한 민속놀이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학술적 가치를 부여하고, 체계적인 전승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