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진 은

마침내 그들은 제 무덤 뚫고

젖은 날개를 턴다

항공학교도 나오지 않은 것들이

기압도 모르는 것들이 빙글빙글 돌며

햇살이며 공기 바람과도 금세 친해진다

제법 연한 그늘도 흩뿌려댄다

우화하지 못하는 나는 배알이 틀려

아직도 놈들이 더럽다는 선입견의 몸뚱이에 깔려

뾰루퉁해진 입으로 이 글을 쓴다

사실 처음 그곳에 앉았을 때

내 시는 아래 행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놈들은 시시포스를 연상시킨다

온갖 애씀 끝에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는 구더기를 보면서 시인은 배알이 뒤틀린다고 고백하고 있다. 시시포스처럼 갖은 노력 끝에 얻은 우화이고 부활이기에 시인은 자신의 삶에 대해, 아니 시업(詩業)에 기울여 온 열정과 노력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스스로 자책하고 성찰하는 겸허한 시인정신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