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출당문제로 뜨거운 논란이 예상됐던 자유한국당 1박2일 연찬회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끝났다. 홍 대표가 “구체제와 단절해야 한다”고 강조하긴 했지만 부여받은 `거듭남`의 사명을 수행해내지 못하는 모습에 국민들의 실망을 덧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월에 예정된 혁신위의 초재선 의원 회동 등을 계기로 감동적인 `혁신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어 때를 아주 잃지는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대선 패배, 보수 분열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지난 24일부터 충남 천안시 우정연수원에서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었다. 이날 연찬회에서 홍 대표는 “무거운 마음으로 이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자유스럽게, 주제 제한 없이 논의의 장을 만들어 토론해 달라”며 “혁신이 되고 한국당의 위상이 정립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 혁신을 위해 한국당은 이날 연찬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관측됐으나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고 오로지 `당화합 찬가`를 불렀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연찬회가 열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홍준표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출당 얘기가 나온다. 이건 유·무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책임의 문제”라고 말했었다.

사실상 이번 연찬회의 취지도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 등에 대해 토론이 핵심주제라는 말도 나돌았다. 연찬회가 시작되기 전 TK(대구·경북)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비공개회의 때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가 나오면 한마디 하겠다”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비공개 연찬회에서는 류 혁신위원장의 혁신선언문 발표와 1·2차 혁신안 등 그간의 혁신위 활동에 관해서만 소개했을 뿐이었다.

당 화합 등 알맹이 없는 얘기만 나오자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비공개할 이유가 없는데, 왜 비공개를 하느냐”며 뼈있는 농담가지 나왔다. 이런 분위기 탓에 일부 의원들은 산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 원외당협위원장은 “당이 과연 혁신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의원은 “당 지도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연찬회 역시 `NATO (no action talking only)`라는 자아비판이 나왔던 지난 6월 초 연찬회처럼 무기력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시간은 결코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 홍 대표의 “국정 파탄 세력이라는 오명을 벗고 구체제와 단절하고 새로운 자유한국당을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고 살 수 있다”는 말은 하루빨리 구체적인 실천으로 나타나야 한다. 국민들이 마냥 한국당의 변신을 기다려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