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찬<br /><br />김천대 교수
▲ 김동찬 김천대 교수

인기 댄스 가수 클론의 강원래는 2000년 11월 불의의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 마비 장애를 입었다.

강원래는 혼자 사는 서초동 아파트를 나서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본가를 향하고 있었다. 강원래는 평소 타고 다니던 1천200cc 오토바이를 몰고 있었고 헬멧은 착용하고 있었다. 집을 나와 본가로 가기 위해 4차선을 타고 가던 중 반대 방향에서 달려와 U턴하던 승용차와 정면 충돌 한 것이다.

이 사고로 더 이상 강원래와 구준엽 댄스 듀오 클론의 화려한 무대는 우리나라 연예계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강원래의 뇌와 연결되어 있는 신경이 완전히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소우주라 불릴 정도로 복잡한 뇌의 정체가 과거 20년에 걸쳐 빠른 속도로 밝혀지고 있다. 뇌의 작동원리를 규명하여 인간의 뇌를 인공적으로 재현하려는 시도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뇌 임플란트(Brain Implant)` 기술이다. 뇌 임플란트 기술은 뇌에 미세전극을 이식하여 뇌 속에서 발생하는 생체 전기신호를 컴퓨터로 해석하는 기술로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의 한 종류이다.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 연구진은 척수가 손상돼 하반신이 마비된 원숭이가 다시 걸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무선 송수신(Wi-Fi)을 통해 뇌의 전기신호를 직접 다리근육으로 보내는 방법을 사용하여 원숭이를 걷도록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 책임자에 따르면 이들의 연구 성과의 핵심은 원숭이의 뇌와 아래쪽 척수에 각각 전극을 이식해 두 전극을 연결하는 Wi-Fi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척수가 손상돼 있어도 뇌에 이식된 전극이 전기신호를 보내 다리를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해 전 세계의 신경과학계는 흥분에 휩싸여 있다. Wi-Fi 뇌 치료 연구결과는 임상연구의 새 길을 연 위대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의미가 있는 것은 사지 마비 환자들에게 생체전자공학치료(bioelectronic treatment)라는 새로운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하지마비 원숭이의 사례에서 보듯 사람을 포함한 동물이 움직이는데는 뇌 속의 전기신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뇌에서 보내는 전기신호가 척수를 타고 온 몸 전체로 퍼지면서 신경을 자극하여 근육이 동작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뇌 속에서 발생하는 생체 전기신호를 컴퓨터로 해석하는 `뇌·컴퓨터 연결(BCI, Brain Computer Interface)` 기술을 연구해 왔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하는 방법과 뇌파측정(EEG) 장치를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두개골 속으로 들어가는 근적외선을 이용해 뇌 혈류를 읽어내는 방법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뇌 임플란트(brain implant)` 기술이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꼽힌다. 네덜란드 의대 연구팀은 눈동자 이외의 전신이 마비된 루게릭병 환자에게 뇌 임플란트 수술을 시행하여 자신의 생각을 태블릿 PC에 글자로 입력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뇌과학과 인공지능 연구의 상호 협력과 발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추진했던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는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 하여 뇌의 세부적 연결 구조와 작동 방식을 낱낱이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에 비견할 만한 규모인 이 프로젝트에는 뇌 신경망에 대한 최신 지식을 동원하여 더 나은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물론 최근 들어 줄기세포 같은 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장애를 고치려는 시도가 늘고 있지만, 뇌 임플란트 같은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장애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을 위한, 인간의 존재 가치와 행복을 위한 과학 기술 발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