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SOC 예산이 무더기로 가위질당할 위기에 처했다. 최근 확정된 정부 부처별예산안에서 경북도는 3조9천900억 요청에 1조7천400억원만 반영됐고, 대구시는 2천124억 신청에 652억원만 반영됐다. 신규사업은 경북 5개·대구 2개가 송두리째 빠졌다. 더욱이 이 예산안은 내달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더 삭감될 가능성도 많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지역정치권이 여야를 불문하고 뭉쳐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경북도는 내년도 SOC예산으로 포항~영덕간 고속도로 건설비용 1천400억 등 총 105개 사업에 국비 3조9천900억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63건 1조7천400억원만 반영했다.

특히 영일만 횡단구간 고속도로, 보령~울진 고속도로, 영덕~삼척간 고속도로(남북7축), ktx구미역 연결,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 등 신규사업 5개는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여타사업들도 반영률이 형편없이 낮다.

대구시 SOC 국비사업 예산의 경우도 애초 9개 2천124억원에서 652억원으로 대폭 삭감돼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대구시가 역점을 가지고 시작하려 했던 신규 사업인 `대구~광주 내륙철도건설(4조8천987억원)`과 `율하도시 첨단산단 내 기업지원 융·복합센터 건립(890억원)`은 각각 5억원과 19억원을 신청했으나 아예 예산안에서 빠져 버렸다. 다른 사업들도 국비 지원액이 대폭 축소돼 실제 사업진행이 여의치 않을 처지다.

문재인정부가 `건설부문 국가예산 22조원 중 30%를 삭감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복지예산에 충당하려고 한다`는 소문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SOC 국비사업 예산을 이처럼 무자비하게 깎는 것은 곧바로 `TK홀대론`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자유한국당 TK발전협의회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김용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비롯해 대구시·경북도 기획조정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간담회를 갖고 지역 SOC예산 확보 협조를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김광림(안동) 의원은 “대구·경북의 SOC는 호남과 충청에 비해 낙후되어 9년 동안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며 “건설은 사치고 낭비며, 복지는 (낭비가)아니냐”면서 SOC도 중요한 복지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예산 `TK홀대론`은 더불어민주당에도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추미애 대표가 대구달성 출생이고, 김부겸(대구 수성갑)의원이 행정자치부 장관에 발탁돼 있다.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도 역대최고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차하면 모처럼 얻은 지역민심이 삽시간에 빈 깡통이 될 수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지역발전`에는 이념도 여야도 변수가 돼서는 안 된다. 한 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해내야 한다. 지역유권자들은 지금 맹금의 눈으로 정치권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