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호 섭

어슴새벽

쪽창에 기대어

별떨기 따라

가슴에 깃든 새를 풀면 두즈드….

오, 서늘한 비린내여!

기슭에 저녁 오면

열대어들 묘묘 속삭였는데

하얀 기억의 파도 한 웅쿰 두 손으로

떠 목을 축이면

등대불빛 찬 두 뺨에 스치고

눈썹에 맺힌 이슬에

찰나

비치는 기러기 몇 마리

국립해양고등학교에서 해양으로 나아갈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면서 시를 쓰는 시인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면서 느낀 서정을 그려내고 있다. 바다기슭, 거기에도 새들이 돌아가는 저녁이 오고 등대불이 켜지고 편안한 안식의 시간들이 온다. 힘겨운 인생의 바다에 불어닥치는 파도가 아무리 높다하더라도 반드시 폭풍우 지난 뒤의 평화와 평온의 시간은 오는 법이다. 시인의 인식 속에는 이러한 인생의 진리 같은 것이 내재돼 있음을 읽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