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고추생산량 1위 안동
폭염·가뭄에 바이러스 창궐
잦은 비·폭우에 탄저병까지
작물 50%도 수확 못해
물량 감소 따른 가격 급등
건고추 특품 9천300원대
작년보다 두배 가까이 올라

“고추가 무르고 껍질이 얇아져 상품가치가 없는데다 탄저병까지 합세해 올해 고추농사는 50%도 수확하지 못할 처지입니다.”

23일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에서 만난 100여명 농민의 한탄 섞인 목소리다.

지난해 기준 전국 고추 재배면적(1천179ha), 고추생산량(3천945t) 1위인 안동이 급변하는 날씨로 인해 고추작황의 위기를 맞았다.

안동시와 서안동농협, 북안동농협 등에 따르면 아직까지 올해 농사가 계속되고 있어 총 출하량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현재 홍고추와 건고추 출하량은 40~50% 수준에 그친다.

이에 따라 올해 고추 가격이 물량 감소에 따른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 1kg 홍고추 가격은 지난해 특품 1천730원보다 600원 오른 2천360원에 거래됐다. 이어 상품은 지난해 1천410원보다 300원 오른 1천750원에, 보통은 지난해 1천10원보다 150원 오른 1천160원 등의 가격대를 보였다.

가격 급등은 건고추에서 심하게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40~50% 이상 급등한 가격으로 특품이 9천300원대까지 형성돼 지난해 5천 원대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소는 올해 전국 고추재배면적이 13~15% 줄어든다고 밝힌데 이어 안동시는 지역에 거래된 고추종자량이 지난해보다 30%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재배면적 감소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비춰질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재배면적 감소보다 점차 심해지는 변화무쌍한 날씨가 고추 농사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안동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장마기 이전인 5월부터 6월까지는 가뭄과 30℃를 넘나드는 고온현상으로 평소 고추에 발병하는 CNV(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에 더해 이례적으로 TSWV(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가 나타나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가 컸다. 또 장마기 이후인 7월에서 8월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한데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탄저병이 급증했다. 특히 일조시간이 지난해 7월에서 8월까지 평균 7.9시간인데 반해 올해의 경우 6.9시간으로 줄어 작황불황의 원인이 됐다.

안동시 관계자는 “일조량이 줄어들면 사실상 농약을 살포해도 병해충을 막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날씨가 도와줘 9월 작황을 기대해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기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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