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열<br /><br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포항의 인구가 지난 몇 년 사이에 감소하여 52만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는 지역의 위기로서 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인구가 더 줄어들면 중앙정부의 지원도 감소하게 되고 그에 따라 지역의 경제활동을 비롯한 역동성에 제동이 걸려 지역의 쇠퇴를 앞당길 악재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도시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 포항시는 물론 지역의 구성원들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를 헤쳐감에 있어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인가.

최근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馬雲) 회장은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보통 우리는 문제에 봉착하면 주변에 같은 문제를 만나 해결하였던 경험을 가진 이들로부터 지혜를 구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를 벤치마킹(Benchmarking)이라 부르며 실제로 많은 경우에 좋은 참고가 되고 유효한 해결방안이 더러 도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유사한 경우에 봉착한 사람이 주변에 많다고 해도 그 문제의 성격이 모두에게 생소한 경우이거나 또는 누구도 그리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였던 경우라면 어찌할 것인가. 마윈 회장은 그래서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찾아내라는 것이다. 중국이 발전을 거듭해 오면서 그동안은 미국이 기준점이 되고 목표점이 되어 `추격과 복사`로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 중국도 거의 맨 앞에 함께 서게 된 이상 벤치마킹 할 대상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니 추격을 아예 생각도 하지 말 것이며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문제도 포항만 겪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전국의 거의 모든 도시들과 지역들이 함께 앓는 문제이며, 글로벌 환경을 둘러보아도 개발도상국 이상의 경제발전단계에 놓인 국가들이 태반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2013년 UN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선진개발국가들의 거의 절반이 인구증가정책에 골몰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인구문제야 말로 그 누구의 본을 찾아 따라가며 해결할 일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개성과 특장점을 살펴 우리만의 해결방안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포항은 다른 어느 지역도 가지지 못한 개성과 장점들을 여럿 가지고 있다.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천혜의 자연환경은 물론이며, 산업도시로서의 물적 경제적 경험이 풍부하고 우수한 대학들도 함께 담고 있어 인적 성장잠재력으로 보아도 남부럽지 않은 것이다. 철강도시로서 이미지도 이를 섣불리 벗으려 하기 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더하여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 기간 지역에서 일하고 은퇴하는 분들과 그 가족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정책은 매우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하여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는 청년들에게 기회와 일자리를 지역에서 만들어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고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포항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도록 이끄는 것은 포항시만의 일이 아니다. 포항시는 물론 지역의 기업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대학들이 모두 지혜를 모아 방안을 도출하여야 한다. 인구대책마련을 위한 시민포럼이 지역에서 생겨나 시민들의 생각을 모으는 노력도 해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지역에 제법 살다가 떠난 이들은 무엇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하였을까 알아보는 일도 매우 의미있을 것이다.

인구문제를 놓고 남을 따라 해결책을 찾아내는 일은 거의 의미가 없다. 포항이 가진 나은 점에 주목하고 부족한 점은 극복하면서 이미 포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도록 다져가는 길이 우선인 것이다.

우리 안에 행복이 있으면 밖으로 저절로 알려지게 되고 우리가 굳이 알리려 하지 않아도 남들이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지역의 내일은 지역이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