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지난 금요일 늦은 오후에 영혼 없는 스팸 문자 메시지가 왔다. “안녕하십니까? `광화문 1번가`입니다”로 시작되는 문자였다.

처음에는 국민들의 소리를 듣겠다는 말에 뭔가 큰 기대를 했다.

`국민인수위원회`라는 말도 참 그렇듯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 정책 제안이라는 말에 용기를 내 지금까지 대안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당하고 있는 억울함을 알리는 내용과 함께 그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정책을 제안했다. 그러면 되는 줄 알았다. 힘든 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억울한 사람을 안아 주고, 또 간혹 행사장에서 눈물까지 흘리는 대통령이면 충분히 대안학교 학생들의 억울함을 알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정치는 쇼다!”라는 어느 배우의 말처럼 `광화문 1번가`는 국민을 이용한 철저한 쇼였다. 정치를 하려면 국민의 표가 필요하고, 그 표를 얻기 위해서는 쇼를 해야 한다는 정치 원리는 이해한다. 그런데 그 정치 쇼, 즉 100일 잔치의 들러리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난다.

물론 제안된 정책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제안한 사람들의 간절함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정말로 국민을 주인으로 안다면, 정부를 홍보하는 이상한 스팸 문자 메시지 말고 국민들이 제안한 정책의 처리 과정에 대해서라도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걸 어떻게 다 하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래 스팸 메시지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어렵지 않다.

“국민인수위원회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으로 18만705건의 정책제안을 해주셨습니다. 한 건 한 건 소중한 제안들을 관련 부처에서 검토를 했고 약 2천여 개는 정책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혹여나 필자가 제안한 내용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메시지가 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봤다. 기대는 안 했지만 역시 고객의 사정으로 받을 수가 없다는 답신이 왔다. 도대체 어떤 사정인지, 소통을 한다고 해놓고는 수신을 차단해버린 일을 과연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촛불 정부는 고등학교 교육을 무상으로 하겠다고 한다. 또 국공립대학교 입학금도 없애겠다고 한다.

그런데 의무교육 대상인 대안학교 중학생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그동안 필자는 대안학교 학교 학생들이 당하고 있는 불평등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교육부, 교육청, 심지어 국회까지 호소할 수 있는 곳에는 다 했다. 비록 부처는 달랐지만 돌아오는 답은 한결 같았다. “필요하다는 것은 잘 알겠습니다. 계속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대통령이 듣지 못한 것 같아 광화문 1번가에 올린 내용을 요약해서 다시 정책제안을 한다.

“산자연중학교는 초중등교육법 제2조5항과 제60조3항에 의거하여 개교한 대안학교입니다. 현재 학교부적응, 호르몬 장애 등 다양한 이유로 전국에서 전입학 온 52명의 학생들이 학교밖 청소년이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도 엄연한 대한민국 중학생입니다. 그리고 헌법 제31조 3항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할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헌법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헌법 밖 청소년으로 힘들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교육계의 가장 대표적인 불평등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별표 1, 비고1, 자항` 때문입니다. 하루 빨리 이런 교육 불평등법을 수정하시어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런데 쇼 판에 대고 외치는 이 찜찜한 기분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