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산업 시장 2014년 6천억에 달해
지역백화점, 캐릭터 활용한 마케팅 활발

▲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미니언즈` 수집에 빠진 여모 씨의 피규어들이 자택 한쪽에 정렬돼 있다. /전재용기자

회사원 여모(28·여)씨는 최근 애니메이션 영화 주인공인 `미니언즈` 수집에 빠졌다. 작고 노란 악동 캐릭터인데 크기부터 눈 개수, 헤어스타일, 성격까지 매우 다양하다.

여씨는 이 캐릭터를 모으려고 CGV와 롯데시네마 영화관에서 일부러 세트 메뉴를 주문하는가 하면, 맥도날드 햄버거 어린이세트를 한주 동안 8번이나 먹기도 했다. 수집한 캐릭터 중에는 말하는 것도 있고 해외직구로 구매한 것도 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하늘 아래 같은 미니언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는 “영화를 보고 나서 주인공 캐릭터에 반해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했는데 이젠 습관처럼 미니언즈가 보이는 대로 사모으고 있다”며 “방 한구석에 한 데 모아놓은 미니언즈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가격이 크게 부담되지 않아 캐릭터를 모으면서 스트레스까지 풀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씨처럼 아이와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성인, 일명 `키덜트족`이 늘고 있다.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아이와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성인을 말한다. 주로 어릴 적 TV만화 속에서 본 캐릭터에 대한 향수에 빠져 아기자기한 인형이나 캐릭터를 사 모으는 어른들이다.

초기엔 마니아 문화로 인식됐던 키덜트는 최근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수집 열풍이 불고 있다.

23일 한국문화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산업 매출액은 지난 2005년 2조759억원에서 2015년 10조 807억원으로 늘었다. 10년새 5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키덜트산업 시장규모는 지난 2011년 3천억원에서 2014년 6천억원까지 성장했다.

상품구매 이유는 주로 `자기만족` 때문이다. 사람들은 키덜트 상품을 모으며 만족감을 느끼고 구매를 통해 스트레스를 푼다. 어떤 이들은 어린 시절 사지 못했던 물건을 사며 보상심리를 채우기도 한다.

어린 자녀와 함께 장난감 수집 취미를 즐기는 키덜트 부모도 있다.

8살 아들과 마블 피규어를 수집한다는 직장인 최모(39·북구 두호동)씨는 “아이와 마블 영화를 본 뒤로 피규어나 조립 상품을 모으기 시작했다”며 “무엇보다 아들과 마주 앉아 흥미롭게 얘기할 수 있는 주제가 생겨 기쁘다. 특히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때 같이 마블 상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키덜트족 공략을 위해 누구보다도 유통업계가 먼저 발 빠르게 움직였다. 키덜트족 수집 열풍에 맞춰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캐릭터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인기 캐릭터 `미니언즈` 열풍으로 국내 참치 브랜드 상품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동원F&B는 백화점과 대형할인점과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 미니언즈 기획상품을 들여놨다. 상품을 구입하면 미니언즈 캐릭터가 그려진 알루미늄케이스나 보관용기를 증정하는 행사로 키덜트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역 유통업계에서도 경제력을 지닌 키덜트족이 소비문화의 큰 축으로 떠오르면서 어른과 아이 모두 공략할 수 있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내 LG생활건강 브랜드 더페이스샵 매장에서는 인기 만화 캐릭터 `심슨 패밀리`로 꾸민 콜라보상품을 출시했다.

소녀 감성을 화장품에 녹여 사랑스러우면서도 유니크한 스타일을 완성한 것이 키덜트 화장품 라인의 특징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캐릭터 상품은 딱딱할 수 있는 제품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전달할 수 있다”며 “강력한 연상 작용과 함께 제품 인지도 향상 효과가 큰 만큼, 매출 상승과 신규 고객 창출, 제품 이미지 변신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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