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 복지란 말을 붙이니 어쩐지 어색하게 들린다. 그러나 동물도 조물주가 내려준 생명체인 만큼 동물 나름의 복지는 있어야겠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면서 `동물복지` 개념이 주목을 끌고 있다. 동물복지는 동물에게 주어진 현재의 환경조건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얼마나 편안한가를 의미하는 말이다. 동물의 멸종을 막기 위한 동물보호운동과는 차이가 있으나 동물학대와는 상통하는 의미가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닭의 사육방식이 비판을 받게 됐다. 자본주의적 생리가 일으킨 참혹한 참사라고 한다.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 생산해야 하는 자본주의적 속성이 밀집사육 닭장을 양산했다는 것이다. A4 용지 크기보다 작은 케이지에서 키우는 닭은 사료를 먹고 계란을 낳는 일만 한다. 마치 기계식 계란공장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선 진드기 생성은 필연적이다. 닭은 원래 모래에 몸을 비비는 방법으로 몸에 붙은 진드기나 벌레를 떼어낸다. 자연적 생리방법이다. 그러나 밀실 사육장 안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사육농민의 살충제 사용도 예견된 일이다. OECD는 지난 6월 한국의 밀집사육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AI, 구제역, 브루셀라, 소결핵 등의 주요 원인이라고 경고 한바 있다.

우리나라 축산이 살충제 계란과 같은 파문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동물복지에 충실해야 한다는 견해가 주목받는 이유다. 프랑스에서는 닭 사육 방식을 제품에 표시한다고 한다. 케이지에서 키웠는지 넓은 사육장에서 키웠는지를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동물복지를 고려한 윤리축산이 새롭게 뜨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친환경 관점에서 새로이 출발해야 한다.

1987년 세계 환경개발위원회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말로 환경의 중요성을 처음 언급했다. 경제개발과 동시에 환경보존도 이뤄 미래세대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이 자연을 파괴했다고 한다. 살충제 계란 역시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싶다.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동물복지는 우리가 풀어 갈 숙제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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