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지난 7일에 스웨덴, 스위스, 벨기에가 살충제 성분이 있는 달걀 판매를 중단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뉴스 보도 직후, 코스트코에서 팔고 있는 벨기에산 와플의 판매가 중단되었고, 뒤이어 이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달걀 판매를 중단했다. 이 뉴스를 접했을 때만 해도 설마 우리나라 달걀에도 살충제를 뿌릴까 하는 생각을 필자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산 달걀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걱정이 커지자, 농림수산부는 전국의 산란계 농장의 달걀에 살충제 성분이 있는지를 검사했다. 그리고 18일에 49곳의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에서 유럽에서 문제가 된 피프로닐 등의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몇 년 전 필자는 덴마크 다이어트(달걀과 자몽으로 하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하루에 달걀을 6개 이상 먹었던 적도 있기 때문에 이 뉴스가 정말 반갑지 않았다.

구매한 달걀이 살충제 성분이 있는 달걀인지 아닌지는 달걀 껍질에 찍힌 농장번호 등을 확인하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농장에서 달걀을 출하할 때 달걀 껍질에 농장 번호와 출하날짜를 찍기 때문이다. 49개 농장 중에는 필자의 옆 도시인 아산의 농장도 두 군데인가 포함되어 있어서, 필자도 냉장고 안에 있는 달걀껍질에 찍힌 농장 기호를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냉장고 속 달걀은 문제가 된 농장들의 것이 아니었다.

필자는 건강 염려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설탕, 소금 그리고 조미료는 될 수 있으면 먹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소위 맛있는 음식은 많이 먹지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평소에 다른 사람들보다 달걀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살충제 성분을 많이 섭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살충제가 설탕, 소금 그리고 조미료보다 몸에 더 안 좋은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세 가지를 적게 먹으려고 노력해 온 것이 모두 허사였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들은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이 모두 `동물 복지`와 연관이 있다고 지적한다. 원래 닭은 마당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가축이다. 하지만 달걀이나 닭고기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 공장식 농장이 생겼고, 좁은 닭장에서 닭들은 옴짝달싹도 못하고 생활하고 있다. 농장의 환경이 좋지 못하다보니 닭에게 병도 잘 생기고 진드기나 기생충 등이 많이 생긴다. 이것을 치료하거나 방지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닭에게 항생제를 먹이거나 살충제를 뿌린다.

문제는 이번에 발표된 살충제 달걀 농장의 60%가 무항생제 사용, 친환경 판정을 받은 농장들이라고 한다. 이 농장들에서 생산된 달걀에는 모두 농림수산부의 친환경 인증마크가 붙어있다. 필자는 달걀을 살 때, 좀 비싸더라도 무항생제, 친환경 마크 표시가 된 달걀을 산다. 다른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친환경도 아니고 살충제 성분이 든 달걀을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먹은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달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난 살충제 5종 중 1종을 제외한 4종의 `반감기`는 약 7일이라고 한다. 이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살충제가 섭취 후 7일이면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몸 안에 남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처럼 다이어트로 혹은 좋아해서 다량의 달걀을 한꺼번에 그리고 지속적으로 먹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살충제 달걀이 유해하지 않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살충제 달걀에 놀란 사람들은 이제는 방목하는 농장의 달걀이나 유정란을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달걀들은 공장 달걀들보다 생산 단가가 비싸지만, 살충제성분이 있는 달걀보다는 나을 것이다. 안 그래도 한국의 먹거리 물가가 비싸다고 말들이 많은데, 달걀 값마저 올라간다면 정말 먹을 것이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냉장고 속 달걀을 먹어야 하는지 버려야 하는지도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