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선 기
집 앞의 나무가 그림자를 길게 뻗어 내 얼굴에 와서
쉽지 않지요 이제 지붕을 봐요 그 기울기를 봐요
충고했다
나는 무서운 하늘을 보았다
새들이 날아간 자리에 아무 흔적도 없었다
묵상하는 나무들은 조금씩 키가 커지고
두 눈에 젖어들어 한꺼번에 움직이는 강을 보았다
이 시는 한 생을 살아온 시간들이 그리 수월하지만은 않았던 시간들이었음을 집 앞 나무 그림자의 말을 통해 듣는 형식을 취하는 우화의 기법을 쓰고 있다. 맞다. 무서운 하늘이었고 새들이 날아간 자리에 아무 흔적이 없는 것처럼 각박하고 무서운 세상살이였다. 그러나 말없이 자연의 시간은 진행되고 우리네 한 생은 어딘가로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