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물량 안전하다 믿었던 소비자들 혼란
전국 농가 1천239곳 중 70% 검사 완료돼
정부 “조사표본에 일부 문제 있어 재조사”

▲ 전국을 충격에 몰아넣은 `살충제 계란`이 경북에서도 발견됐다. 17일 오후 기준치를 초과하는 비펜트린이 검출된 칠곡군의 한 산란계농장 마을창고에서 군 관계자와 마을주민들이 계란을 폐기 처분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살충제 계란`이 끝내 경북에도 마수를 뻗쳤다.

지난해 말부터 전국을 강타했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 당시 피해농가가 단 한 곳도 발생하지 않으며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던 경북지역에 살충제 계란이 들이닥친 것이다.

정부는 이날 전국 양계농가 70%에 대한 조사를 완료한 가운데 경북 5곳을 비롯한 전국 67곳의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관련기사 4, 5면> AI 파동을 이겨내며 전국 최대 계란 생산지로 떠오른 경북도는 이번 살충제 파문으로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해졌으며 지역에 유통되는 계란이 안전하다고 믿었던 대구·경북지역 소비자들도 큰 혼란에 빠지게 됐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전체 산란계 농장 1천456곳 중 휴·폐업한 217곳을 제외한 1천239곳 중 876곳(70.7%)에 대한 검사를 완료한 결과 총 67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포함된 계란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무허가 농약을 사용하거나 기준치를 초과해 전량 폐기가 결정된 농가는 신규 농가 26곳을 포함 총 32곳으로 집계됐다.

이날 새로 공개된 생산자명은 07051, 07001, 06대전, 08KD영양란, 08SH, 08쌍용농장, 08가남, 08양계, 08광면농장, 08신둔, 08부영, 08JHN, 08고산, 08서신, 11서영 친환경, 11무연, 11신선봉농장, 14소망, 14인영, 14해찬, 15연암, 15온누리, 13SCK, 13나선준영, 14황금, 14다인 등 26개다. 전날까지 공개된 생산자명은 09지현, 08신선농장, 11시온, 13정화, 08마리. 08LSH 등 6개다.

지역별로는 가장 먼저 발견된 경기도가 14개 농가로 가장 많았고 경북(5개 농가), 충남(4개 농가), 전남(3개 농가), 울산(2개 농가), 경남(2개 농가), 대전(1개 농가), 강원(1개 농가) 등이 뒤를 이었다.

경북도는 6개 농가에서 살충제가 검출됐다고 발표했으나 경북지역 미신고 농가 1곳은 농식품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농가 중 6곳에서는 무허가 살충제인 피프로닐이 검출됐다.

허가된 살충제이지만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곳은 모두 26곳이었으며 기존 비펜트린 이외에 에톡사졸, 플루페녹수론 등 살충제 성분 2종이 새롭게 검출됐다. 또 기준치 미만이지만 규정을 어기고 살충제를 사용한 친환경 농가도 35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농가는 비록 기준치 미만의 살충제가 검출돼 적합 판정을 받았으나 `친환경 농가` 타이틀이 아닌 일반계란으로 유통하도록 조치됐다.

이에 따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는 이날 조사에서만 61곳으로 확인돼 살충제 계란 농가는 모두 67곳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적합판정을 받은 844개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은 시중 유통을 허용키로 했다. 이는 전체 공급물량의 86.4%에 해당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주무부처, 각 지자체 등과 함께 살충제 계란이 더이상 생산·유통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뒷북행정으로 피해를 방조했다는 전날까지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음에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연달아 저질러 혼란을 자초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17일 오전 10시 브리핑을 통해 유통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 23곳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오후 5시 최종 발표를 통해 추가검출 26곳, 전체 32곳으로 수정했다.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검출된 살충제 성분의 검출치와 지역별 현황 등도 12시간 가까이 공개하지 않아 각 언론사에서 자체적으로 확인작업을 실시했다.

정부 조사의 신뢰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오전 닭 농장주 A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수조사를 한다길래 직원들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계란 한 판씩을 마을회관으로 들고 나오라고 했다”며 “살충제를 친 농가에서 옆집에서 계란을 빌려 갖다주면 어떻게 알겠느냐”고 조사의 신뢰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가 잇따라 대응에 허점을 드러내자 정치권에서는 정부 책임론도 제기됐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은 살충제 계란 파문과 관련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대해 책임이 막중하다고 지적하며 류 처장의 해임 또는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논란이 일자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보고에 참석해 “국민의 가장 중요한 부식인 계란으로 국민께 큰 불편과 걱정을 끼쳐 매우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산란계 농가 전수조사에서 일부 표본에 문제가 있어 121곳에 대해 재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식용 육계에 대한 안전여부에 대해서는 “육계는 최근 문제가 된 피프로닐 같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안심해도 된다고 보지만 많은 분이 걱정하고 있어 이 부분도 객관적인 검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