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친환경 농가 683곳 중 65곳 살충제 검출
시중 유통 불가능 농가 30곳도 버젓이 `친환경 노릇`
허술한 인증 제도·방치된 사후관리에 예산만 `줄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야 하는 친환경 무항생제 계란이 사실상 살충제 범벅인 것으로 조사돼 정부의 허술한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780곳의 친환경 농가 가운데 휴업 등의 이유로 실제 조사 가능한 곳은 683곳이었으며, 이들 농가에 대해서는 모두 검사가 완료됐다.

조사 대상 683곳 중 살충제나 농약이 조금이라도 검출된 친환경 농가는 65곳이었다. 친환경 농가 10곳 중 1곳은 `허울뿐인 친환경 계란`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가운데 살충제 성분이 과다 검출돼 `친환경` 마크를 뗀 채 일반 계란으로도 유통할 수 없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는 30곳에 달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15농가), 충남(5농가), 경북(5농가), 경남(3농가), 전남, 광주, 강원에서 각각 1농가 등에서 검출됐다.

이 가운데 2만1천여 마리를 사육하는 광주 병풍산농원의 경우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등 2개 성분이 모두 검출됐으며, 이 농가를 포함해 총 7개 농가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됐다.

기존에 밝혀진 피프로닐, 비펜트린 외에 마찬가지로 조금이라도 검출되면 안 되는 `플루페녹스론`이라는 농약 성분이 검출된 곳도 2곳 있었다. 이와 별개로 검사가 완료된 193개 일반 농가 중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보다 초과 검출된 곳은 4곳(비펜트린 3곳, 에톡사졸 1곳)이었다.

이에 따라 친환경 농가까지 포함하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는 총 66곳으로 늘어났다.

안동에 사는 주부 김모(33·여)씨는 “지난달 어린 애들 먹인다고 친환경에 해썹 무항생제 계란을 다른 것보다 1천~2천 원 더 비싸게 샀는데, 배신감이 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소비자 우롱한 친환경 농축산물 인증 제도

친환경 농축산물 인증제도는 소비자에게 보다 안전한 친환경농산물을 전문인증기관이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검사해 정부가 그 안전성을 인증해 주는 제도이다.

올해부터 국내에서 친환경 농축산물 인증 업무는 정부가 아니라 64개 민간인증업체가 담당한다. 대구·경북에는 대구(2곳), 봉화(1곳), 상주(1곳), 성주(1곳), 울진(1곳) 등 6곳의 민간업체에서 친환경 농축산물 인증서를 내주고 있다.

1999년 처음 도입된 친환경 농축산물 인증제도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관리원이 업무를 전담했다.

이어 2002년부터 민간업체에 위임되기 시작해 올해 6월부터 민간업체에 인증업무가 모두 이관됐다. 농관원은 인증 업무가 제대로 처리됐는지에 대한 1년에 1~2차례 농장을 방문해 사후관리만 한다.

친환경 농축산물 인증은 온·오프라인으로 인증 신청을 한 농가들을 대상으로 민간인증업체들이 서류 및 현장심사를 통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일정 수수료를 받고 친환경 인증서를 내준다.

친환경 인증이 있으면 유기 축산농가는 연간 3천만 원씩 5년 동안, 무항생제 농가는 연간 최고 2천만 원씩을 3년 동안 지원받는다.

대형 산란계 농장의 73%인 780곳이 이처럼 친환경 인증을 받아 지원금을 받고 있다.

◇ 민간 친환경 인증기관의 부실 매년 수천 건 제도적 마련 시급

친환경 농축산물 인증 도입 당시부터 인증제도의 구조적 문제점과 부실인증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4년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10개의 민간 친환경 인증기관 소속 임직원 13명이 자신들이 경작한 농작물에 `셀프인증`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감사원은 농식품부에 인증기관 지정요건을 강화할 것과 부실인증에 대한 제재 기준을 정비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전라북도 한 민간인증기관 소속 직원이 지난해 10월 자기가 키운 농산물에 대해 유기농산물 인증을 내준 `셀프인증` 사례가 또다시 적발됐다.

특히, 지난해 승진을 위해 직원과 인증기관을 동원해 친환경농산물 허위 인증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남 장성군 박모 전 부군수에게 2천500만 원의 벌금형이 확정되기도 했다.

이같은 부실 인증이 끊이지 않는 요인으로 일각에서는 민간 인증기관의 인증 수수료에 따른 수익구조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민간 인증기관은 인증심사 시 농가로부터 인증수수료를 받고 있다. 인증수수료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는 민간 인증기관은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 무리한 인증이 이뤄질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12월 4개 인증기관에서 잔류농약검사를 하지 않거나 농가로부터 시료를 택배로 받아 분석하고, 영농일지 등 인증 심사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인증을 해 6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농약이 검출된 시험 성적서를 불검출로 위조하거나 수돗물로 수질검사를 하는 등 부실인증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3년에 농식품부가 적발한 부실 인증 건수는 4천193건에서 2014년 6천411건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도 2천734건이나 됐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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