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 위에서
태국 ①

▲ 카오산 로드 골목 구멍가게에서 판매되는 얼음 채운 시원한 맥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거리,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다양한 인종들이 뿜어내는 색색깔의 에너지, 커다란 배낭을 메고 미지의 땅을 탐험하려는 수백 명의 청년들….

장기간의 배낭여행을 꿈꾸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태국 방콕의 카오산 로드(Khaosan Road)는 `꿈의 공간`처럼 인식돼온 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곳의 독특한 문화를 소개한 책도 여럿이다.

▲ 영국에서 태국으로 여행 온 여대생들. 환한 웃음이 보기 좋았다.
▲ 영국에서 태국으로 여행 온 여대생들. 환한 웃음이 보기 좋았다.

실제로 카오산 로드엔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와 음식점이 넘쳐난다. 그곳에서 1~2개월을 머물며 태국을 포함해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의 동남아 국가를 여행하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태국 왕궁에서 1㎞ 정도 거리에 위치한 방람푸 시장. 카오산 로드는 그 일대에 형성된 `여행자들의 거리`를 지칭한다. 지금으로부터 40~50년 전 유럽의 청년들이 그 주위를 아시아 여행의 출발점으로 삼으면서 유명해졌다.

그 명성은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오늘도 카오산 로드엔 `아시아의 문화`와 `매력적인 요리`에 호기심을 가지거나, `뜨겁고 빛나는 태양`을 그리워하는 스웨덴과 독일, 네덜란드와 캐나다의 여행자들이 넘쳐난다.

그런 이유로 몇몇 사람들은 카오산 로드를 “배낭여행자의 베이스캠프”라고 부르기도 한다. 약간의 과장이 섞였겠지만 선뜻 나서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는 견해다.

▲ 카오산 로드 노점에서 야식으로 과일을 사먹는 여행자들.
▲ 카오산 로드 노점에서 야식으로 과일을 사먹는 여행자들.

▲ 카오산 로드의 빛… 정보를 교류하고 친구 만드는 공간

카오산 로드가 초보 여행자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곳에선 짧게는 몇 개 월, 길게는 몇 년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길 위에서 생활하는 베테랑 여행자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들에게 얻어내는 여행 관련 정보는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여행에 있어서 정보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여행지의 교통 현황과 현지에서의 안전수칙 등은 계절과 정치·사회적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가이드북이나 인터넷에서 구하는 정보는 정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곳을 먼저 다녀온 선배 여행자가 제공하는 정보가 유용하고 귀한 이유다.

쉽게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것도 카오산 로드가 주는 선물이다. 같은 입장에 처해있다는 것만으로도 젊은 여행자들은 빠르게 친해진다. `여행`이 공통의 화제로 등장하니 나누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0.5㎞ 가량 이어지는 카오산 로드 골목골목엔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주점과 카페, 클럽과 기념품가게, 마사지숍과 여행사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북적대는 거리엔 바나나 팬케이크와 볶음국수, 과일주스를 파는 노점상도 수백 명이다.

여기선 국적과 인종을 넘어서는 우정이 맺어지기도 한다. 밤마다 크고 작은 파티가 이어지고, 청년들의 뜨거운 가슴을 얼음 섞은 시원한 맥주가 식혀준다. 거리에서 춤을 추건 노래를 부르건 누구도 상관하지 않는다. 중년의 여행자들은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껴보려고 일부러 카오산 로드를 찾기도 한다.
 

▲ 금발의 배낭여행자. 그녀는 카오산 로드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보았을까?
▲ 금발의 배낭여행자. 그녀는 카오산 로드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보았을까?

▲ 카오산 로드의 그림자… 바가지 상혼과 사기꾼들

하지만 카오산 로드에 청춘의 낭만과 여행자의 우정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그곳에도 냄새 고약한 어두움이 있다. 기자는 태국을 네 번 여행했다. 몇 해 전엔 카오산 로드에서 1개월 이상 머문 경험도 있다. 다른 여행자들처럼 값싼 숙소와 특유의 분위기에 끌려서다.

카오산 로드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즐겁게 보냈지만, 언제나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풍문이 전해준 “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적도 여러 번이다.

하기야 카오산 로드를 극찬하는 사람들의 반대편엔 이 거리를 “여권을 버리고 남의 나라에 몇 년씩 불법 체류하는 부랑자들이 모이는 곳” 혹은 “매춘부와 사기꾼이 득실대는 고약한 동네”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기자 역시 카오산 로드의 `그림자`를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한 번은 1천200바트(약 4만 원)를 주고 낡은 호텔을 잡았다. 카오산 로드에서 그 정도면 아주 싼 숙소는 아니다. 그런데 정말이지 불결하고 불친절했다. “차라리 2만 원짜리 한국 시골 여인숙이 낫겠다”는 혼잣말이 나올 정도였다.

▲ 태국 소수민족 여성이 밤늦은 시간까지 관광객을 상대로 기념품을 팔고 있다.
▲ 태국 소수민족 여성이 밤늦은 시간까지 관광객을 상대로 기념품을 팔고 있다.

좁디좁은 욕실엔 언제 닦았는지 알 수 없는 깨진 거울이 있었고, 바닥 타일은 쥐덫처럼 끈적였다. 수건은 걸레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공짜로 잠을 재우는 것도 아니면서 너무한다 싶어 항의를 했다. 돌아온 종업원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가”란다. 사람들이 몰리는 시기니 객실과 욕실의 상태를 지적하는 손님은 받지 않겠다는 태도가 분명했다. 돈을 주고도 `노숙자 취급`을 받은 그날의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카오산 로드엔 관광객을 상대로 크고 작은 사기를 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지 여행사, 레스토랑, 술집에선 이런 사기꾼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볼 수 있다.

“당신에게만 이 가격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라는 말을 믿고 캄보디아행 항공권을 샀다. 하지만 그 티켓은 일본인이 운영하는 여행사의 동일한 항공권보다 20달러가 비쌌다. 그 사실을 확인한 후 황당해하는 기자를 향해 일본인 여행자가 측은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런 사례 외에도 `카오산 로드의 그림자`라고 불릴만한 건 많다. `레스토랑`이라 이름 붙여놓고 화장실을 1970년대 공동변소 수준으로 관리하는 식당 주인의 배짱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화장실 바로 옆에서 시커먼 기름에 손님이 주문한 새우를 튀기고 있는 장면은 또 어떤가.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카오산 로드의 술집 주인들은 취했다고 생각되는 이들의 계산서엔 마시지도 않은 맥주 2~3병 가격을 더 써놓는다. 그걸 발견한 기자가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항목을 짚어 따지자 슬그머니 “실수했다”며 비굴하게 웃는 얼굴을 봐야하는 심정이라니….

그랬다. 세상 어느 곳과 마찬가지로 카오산 로드 역시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거리였다.

국민 90% 불교 신자 느긋하고 조용한 나라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반도 가운데 위치한 국가다. 19세기 유럽 강대국이 진행한 `아시아 식민지화 열풍` 속에서도 프랑스와 영국의 갈등을 정치적으로 잘 이용해 식민지로 전락하는 걸 막았다.

비슷한 시기 근대국가로의 발전을 위해 행정과 사법제도의 개혁도 추진했다. 1932년 입헌군주국이 됐고, 1939년엔 나라 이름을 시암(Siam)에서 타이(Thailand)로 바꿨다. 태국(泰國)은 타이의 한문 음차다.

면적은 약 51만4천㎡로 한국의 2.3배쯤 된다. 열대몬순 기후를 나타나며 비가 많은 우기는 7월에서 10월, 비교적 건조한 날씨가 계속돼 여행하기 좋은 시기는 11월부터 2월까지다.

▲ 방콕 카오산 로드는 젊은이들의 에너지로 넘쳐난다. 거리에서 춤추는 청년들.
▲ 방콕 카오산 로드는 젊은이들의 에너지로 넘쳐난다. 거리에서 춤추는 청년들.

수도는 방콕(Bangkok)이고 인구는 6천500만 명. 인종적으론 태국계(75%)가 많고, 중국계(14%)와 말레이계(11%)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평균수명은 73세.

공용어인 태국어가 있지만, 대부분의 관광지에선 영어가 사용된다. 조그만 잡화점을 운영하는 사람도 기본적인 영어는 구사하기에 북미와 유럽 관광객은 어렵지 않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소승불교 신자(90%)다. 엄청난 숫자의 사찰이 나라 곳곳에 존재하고, 심지어 술집에서도 부처에게 기도를 올리는 종업원을 볼 수 있다. 적지만 이슬람교도(6%)와 기독교도(2%)도 있다.

태국에서 왕은 상징권력 이상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다. 현실 정치는 총리가 담당한다. 최근 10여 년 사이엔 몇 차례 정치적 혼란이 있기도 했다. 서북쪽으론 미얀마가 자리하고, 북동쪽엔 라오스가 있다. 동쪽 국경은 캄보디아, 남쪽 국경은 말레이시아와 접해 있다.

▲ 나이 지긋한 노인이 카오산 로드 노천카페에 앉아 청년들을 바라보고 있다.
▲ 나이 지긋한 노인이 카오산 로드 노천카페에 앉아 청년들을 바라보고 있다.

`태국의 보석`은 누가 뭐래도 짙푸른 사파이어 색채로 빛나는 안다만해(Andaman Sea)이다. 해안선의 길이도 자그마치 3천219㎞에 이른다. 그 바다에 산재한 아름다운 섬들은 일 년 내내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 모은다. 한국인 관광객들도 적지 않다. 국민들은 `동남아시아에서 강대국의 지배를 받지 않은 유일한 나라`라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사용되는 화폐 단위는 바트(Baht). 1바트는 2017년 8월 현재 한국 돈 약 34원이다. 유명한 관광지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물가지만, 다소 한적한 마을에선 20~30바트 정도에 볶음밥이나 쌀국수를 먹을 수 있다.

국민성은 느긋하고 조용한 편이다. 외국인에게 편견을 가진 이들도 드물다. 북부 치앙마이(Chiang Mai)와 치앙라이(Chiang Rai)는 역동적인 트래킹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고, 코사무이(Ko Samui)와 크라비(Krabi) 등 남부의 해변도시는 신혼부부와 젊은 연인들에게 인기 높은 여행지다.

사진제공/구창웅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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