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어민들 한 목소리
中어선 10년새 10배 증가
입어료 내고 오징어 싹쓸이

▲ 울릉도 사동항에 피항 중인 중국 어선들. /김두한기자

울릉도 어민들이 `북한수역에 입어료를 내고 오징어를 잡는 중국어선도 이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최근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급 발사에 대한 대북 제재결의안을 유엔안보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결의안에는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을 비롯해 철, 철광석 등 주요 광물과 수산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울릉도 어민들은 북한이 직접 수산물을 어획 수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어선이 매년 수백억 원씩 입어료를 지불하고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는 행위도 제재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수역으로 들어가는 중국어선은 지난 2004년 첫해 114척에 불과했으나 지난 2014년엔 1천904척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16일 현재 1천132척의 중국어선이 울릉도와 독도 근해를 통해 북한수역으로 들어 갔다.

중국 어선들이 오징어 회유 길목인 북한 동해어장에서 싹쓸이 조업을 반복하면서 동해안에는 오징어가 사라졌다. 중국어선의 입어 첫해인 지난 2004년 어획량이 2만2천248t에 달했으나 10여 년이 지난 2016년엔 3분의 1 수준인 6천748t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울릉도는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지난 2003년 7천616t이던 것이 중국어선의 북한 수역 입어 이후인 2004년 4천671t로 거의 절반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986t으로 격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국어선들이 북한 수역에서 오징어의 씨를 말리기 때문이다. 오징어는 6월 중 남쪽에서 산란한 뒤 성장과정을 거치기 위해 대화퇴 해역 등으로 북상한다. 이 때는 북상하는 오징어를 싹쓸이 하고 10월부터는 성장해서 남하하는 오징어까지 싹쓸이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어선들은 북상, 남하하는 오징어를 길 목에서 모조리 잡아 씨를 말리고 있다. 채낚기어업이 아니라 불법조업에 해당되는 촘촘한 그물로 어린 새끼까지 마구 잡고 있는 것이다.

울릉도 어민들은 “이런식으로 가다가는 생명줄인 오징어가 완전히 사라질 날도 멀지 않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징어배 선주 박일해(64·울릉읍)씨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제재에 수산물도 있는 만큼 이번에 북한에 입어료를 내고 조업하는 중국어선들도 반드시 제재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릉/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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