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알려주는 건강 Tip
자외선 안병증

▲ 이기일 원장 좋은의사들 안과

해마다 여름이 되면 후덥지근한 날씨만큼이나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것이 바로 강한 자외선이다. 적절한 피부 노출이 비타민D 합성에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과다하게 노출될 경우 오히려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자외선은 파장(wave length)에 따라 진공자외선, 자외선A, 자외선B, 자외선C로 나뉜다. 이 중 자외선A와 자외선B는 각막과 수정체를 통과해 망막까지 도달할 수 있는 위험한 광선이다. 눈 건강을 위협하는 자외선은 여름철에 노출될 가능성이 특히 높은 편이다. 자외선A의 경우 연중 6월에 최대, 자외선B는 8월에 최대치를 보인다.

여름철 자외선에 의해 발생하거나 또는 악화될 수 있는 대표적인 안과 질환으로는 백내장, 익상편(군날개), 검열반, 광각막염, 황반변성이 있다.

백내장은 각막 뒤쪽 수정체가 변성돼 혼탁해지는 질환으로 농어촌처럼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발병률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노년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환이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오존층 손상으로 인해 자외선 노출량이 많아지면서 발병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시력감퇴, 흐려 보임, 눈부심, 한쪽 눈으로 볼 때 겹쳐 보이는 단안복시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비교적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안경 도수 변경이 일시적으로 시력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심해진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익상편은 우리말로 `군날개`라고도 불리는 병으로 결막(흰자)에서 각막(검은자) 쪽으로 섬유혈관 조직이 자라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병변 모양이 마치 날개처럼 보여 `익상편`이라고 불린다. 흔히 어르신들은 `백태가 낀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특유의 날개모양 조직이 각막 표면을 덮으면서 자라나 육안으로도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우선 안약 등으로 치료하는데 증상이 심해지거나 시축(visual axis)을 가려 시력에 영향을 줄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익상편과 유사하지만 각막을 침범하지 않고 결막과 주변부(윤부)에 발생하는 결절성(덩어리) 병변으로 `검열반`이 있다. 익상편과 마찬가지로 자외선 노출이 많은 직업군이나 적도 부근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염증이 동반되면 `검열반염`이 되기도 한다. 눈 건조 증상이나 렌즈 착용 어려움 등의 불편함을 유발한다.

▲ 눈 건강을 위협하는 자외선은 여름철에 노출될 가능성이 특히 높은 편이다.
▲ 눈 건강을 위협하는 자외선은 여름철에 노출될 가능성이 특히 높은 편이다.

`광각막염`은 `설맹`이라고도 불리는데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통증과 눈물, 눈부심, 충혈, 시력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자외선 노출로부터 몇 시간 이후에 증상이 나타나므로 안과를 뒤늦게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 결막염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결막염과는 원인과 치료가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거나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광각막염은 자연적으로 호전될 수도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각막혼탁을 초래해 영구적 시력저하를 초래하기도 한다. 인공눈물을 넣거나 냉찜질이 도움되며 안과를 방문해 항염증 점안제를 처방받아 사용하는 것도 통증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콘택트렌즈를 착용 중이라면 치료 종료 시까지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이물감이 느껴져도 눈을 비비지 않아야 이차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자외선이 각막과 수정체를 통과해 망막에 흡수되면 매우 심각한 질환인 `황반변성`을 일으킬 수 있다. 자외선의 노출시간과 비례해 황반변성 발병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과도한 자외선 노출이 활성산소를 만들어 시세포를 변성 노화시키는 것이다. 황반변성은 갑자기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손상이 축적돼 나타난다. 한 번 발병하면 회복하기 어렵고 점차 진행되면 심각한 시력 상실을 초래할 수 있어 무서운 질환이다. 고령이나 흡연, 가족력 등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거나 초기 황반병성을 앓고 있다면 짧은 시간 자외선에 노출됐더라도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자외선으로 인한 안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원인인 자외선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선글라스를 구매할 때에는 자외선A까지 차단하기 위해 400나노미터 이상의 파장까지 완벽히 차단되는 렌즈를 확인해 구입해야 한다.

선글라스 렌즈의 색상이 너무 진하면 동공이 작아지지 않아 오히려 자외선 유입량이 늘어나므로 렌즈색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람의 눈이 들여다보이는 정도가 좋다. 자외선은 맑은 날보다 오히려 구름 낀 날에 더 노출될 위험이 높다. 자외선은 구름에서 산란 반사돼 맑은 날보다 흐린 날에 30% 더 강하다. 뭉게구름이 있을 경우 자외선 양은 최대치가 된다. 따라서 구름 낀 날에도 선글라스나 모자, 양산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 지수가 높을 때에는 낮 시간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자외선은 당장 눈에 보이는 심각한 변화를 일으키지 않아 간과하기 쉽지만 오랜 시간 노출이 축적되면 눈건강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