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찬<br /><br />김천대 교수
▲ 김동찬 김천대 교수

줄기세포에 대한 희망과 기대는 비단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독특한 현상은 아니다. 줄기세포가 난치성 질환의 극복, 재생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류의 수명연장과 국민 보건복지의 증대 및 국가경쟁력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는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통적인 정책적 지원의 근거로 작동해왔다. 한국은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면서 줄기세포연구 특히, 인간의 배아를 대상으로 한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생명윤리논쟁이 시민사회로부터 촉발되어 이를 둘러싼 과학기술정치가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12년전에 발생한 `황우석 사태`는 연구자 개인 혹은 줄기세포라는 제한된 연구 영역을 넘어 한국사회의 과학기술 전반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황우석 사태`의 영향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 연구 수행과 윤리를 포함한 과학기술정책을 결정하는 사회적 영역으로 확대되었던 것이다. 즉, `황우석 사태` 이후 한국의 줄기세포연구를 둘러싼 과학기술정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황우석 스캔들은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사건의 본질은 단순하다. 황 박사 연구팀이 논문 조작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황 박사 팬층에서는 황 박사에 대한 믿음이 강했기에 이를 정서적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황 박사가 사건 발생 즉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정치적인 쇼 행각으로 책임 전가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황 박사 사태로 우리 사회는 많은 것을 잃었다. 무엇보다 `황우석 신화`가 무너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의과학계이다. 국제사회에서의 한국 생명과학 기술의 신뢰 추락은 불가피하게 됐다.

국내에는 황 박사팀 이외에도 묵묵히 연구실을 지키며 연구에 몰두하는 유능한 연구팀이 많다. 황 박사 사태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 과학계는 정치적 입김이나 언론의 과장보도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과학 연구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평가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과학은 떠벌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서둘러서도 안 된다. 단계별로 차곡차곡 밟아나가야 한다. 과학 성과 관련 신문 기사를 접하는 일반 국민들도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 `세계 최초`라는 말에 더 이상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 팩트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대화를 하기 보다, 정치적, 기술적 마인드를 가진 황 박사가 학문적 연구 단계에 있는 줄기세포 연구를 임상적으로 인위적으로 과장하면서 일이 커진 사건이다.

이미 과학기술 글로벌 협력은 국가 미래 발전에 크게 기여 할 수 있는 국가적 주요 과제로 부각됐다. 따라서 정치 관료들은 과학 정책을 결정하는 최종 의결 단계에서 침묵해야 한다. 정치 관료들의 눈치를 보는 정치꾼 과학자가 양산되어서는 대한민국 과학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선진국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한 파트너십 구축, 그리고 개도국과의 호혜적 네트워크를 통한 한국의 경험 전수 등 과학기술 글로벌 네트워크의 강화가 한국 과학의 지속적 성장을 보장할 수 있는 핵심요소다. 물론 우리나라는 아직 지역적 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외부 연구자 및 해외 연구자와의 공동연구 비중이 현저히 낮다. 이럴 때 정부 관료가 나서야 한다. 정부 관료가 할 역할은 글로벌 과학 기술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다양한 과학 기술 분야의 협력이 급증될 수 있도록 꾸준하게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다. 적어도 한국의 미래 과학에 투자되는 국가 예산은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경건한 맘으로 결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