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기

젊어 떠난 지손(支孫)들 달구소리로 낙향을 아뢰는

선산 소낭구를 지게작대기로 받치고 선 늙은 종손이여

쑥대밭의 위토탑과 무너진 사당 아래 맥도널드 광고판이 세워지는데

어디에 무릎을 꿇고 영천강 애진 은발의 갈대처럼 울며 고할 것이냐

쓰러지는 가업과 절손된 가문의 종손 농부여

영천강 북천 물소리가 키우는 커다란 적막 속으로

또 무슨 핑계로 천둥은 치는가 놋날 다루듯 소낙비는 치는가

너무 높은 봉분을 걱정하며 종손은 또 애가 마른다

천둥 그늘을 밟고 서서 우는 선산 굽은 소낭구

쑥대밭의 위토탑과 무너진 사당 아래 맥도널드 광고판이 들어서는 아이러니가 지금의 농촌 현실이다. 세계적 농업자본주의 폐해가 농부시인의 삶의 현장을 깊이 들이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애쓰고 피땀을 흘려도 수입산 외국농산물 때문에 갈수록 피폐해지는 농촌 현실을 시인은 천둥 그늘을 밟고 서서 우는 선산 굽은 소나무처럼 절규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