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문학의 공간과…
이경재 지음
소명출판 펴냄·문학평론집·2만6천원

“공간이나 장소에 대한 이해가 문학에 대한 이해를 보다 심화시킨다.”

문학평론가이자 숭실대 국문과 교수인 이경재(41)씨의 말이다. 그는 자신의 주장에 합리성을 싣기 위해 아래와 같이 부연한다.

“문학에 등장하는 특정한 공간이나 장소는 그 자체만으로 고유한 의미를 지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금까지 문학 연구가 주로 `무엇이 일어났는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의 문학연구는 `어디서 일어났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사실 소설 등 문학작품 속에서 상부구조라 할 수 있는 것은 `인물`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2017년 현재까지 발간된 한국 소설의 절대다수는 주인공으로 설정된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발생하고, 인물이 그 사건에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결말이 결정돼왔다. 오늘날의 문학연구가 `인물(무엇이)`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이경재 교수는 이런 패턴화 된 문학평론을 거부한다. 소장 국문학자다운 결기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출간된 `한국 현대문학의 공간과 장소`(소명출판)는 이 교수가 그간 쏟아온 `문학적 공간(어디서)`에 관한 연구가 축적된 결과물이다.

인물이 상부구조라면 공간은 `토대`다. 이 교수의 주장은 아래처럼 요약될 수도 있다. “인물(상부구조)과 함께 공간(토대)에 관한 연구 또한 문학평론가의 역할이다.”

`한국 현대문학의 공간과 장소`는 이 교수가 자신 주장의 현실적 입증을 위해 한국 소설의 배경이 된 공간과 장소를 떠돈 `땀의 기록물`이다.

한국 소설 속 배경으로 가장 많이 사용돼온 서울의 구석구석을 돌아본 것은 물론, 중국의 북경, 하얼빈, 미국의 뉴욕과 일본의 삿포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와 베트남의 까마우까지 다녀왔다.

그 고생스런 여정의 끝에서 이 교수는 최서해와 한설야, 이기영과 이효석의 문학을 `만주`라는 키워드로 탐구했고, 이상과 이광수, 유진오와 이범선, 이문구와 최인호의 소설에서 `서울`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재해석했다.

`한국 현대문학의 공간과 장소`의 마지막 6부는 독자들에게 `행복한 책읽기`의 감정을 선물한다. 통상의 문학평론서에서 발견되는 낯선 전문용어와 딱딱하고 학술적인 문장이 없다. 읽기 편한 동시에 재밌다.

교양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싶은 독자들에게 `한국 현대문학의 공간과 장소`를 권한다.

/홍성식기자

    홍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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