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쁜 쪽으로
김사과 지음
문학동네 펴냄·소설집·1만2천원

지난 2005년 등단 이후 한국문학의 `무서운 아이`로 불리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쳐온 여류 소설가 김사과(33)의 두번째 소설집 `더 나쁜 쪽으로`(문학동네)가 출간됐다.

첫 소설집 `02`에서 절망적인 사회에 대한 분노와 폭력을 쏟아내 `실로 미쳐 날뛰는 일탈과 폭력의 전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작가는 여전히 암담한 사회를 그리지만 저항 방식은 한층 차분해졌다.

`더 나쁜 쪽으로`는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의 표제작 `더 나쁜 쪽으로`는 세상을 향한 분노를 폭력적으로 그려왔던 작가의 소설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계기가 된 작품이다. 파편화된 장면들로 이뤄진 단편 `샌프란시스코`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응시하며 소설 속으로 옮겨오고자 하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비, 증기, 그리고 속도`는 이미 짜여진 사회구조 안에서는 제대로 살아갈 능력이 없는 인물들의 방황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미래 없는 이들 세대가 감추고 있는 불안감이 서서히 읽는 이를 물들여간다.

이어지는 2부에서 작가는 특유의 냉철한 시각으로 한국사회를 좀더 깊이 관찰하고 비판하는 세 편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박승준씨의 경우`는 고시원에 살며 고급 아파트 단지의 분리수거함에서 옷을 주워 입던 비루한 대학생 `박승준씨`가 우연히 디오르 슈트를 손에 넣으며 힙스터로서의 화려한 하룻밤을 보내는 이야기다.

`카레가 있는 책상`은 고시원에서 인스턴트 카레를 먹으며 생활하는 인간혐오자 `나`가 혐오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천칠십×년 부르주아 6대`는 2070년대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국 재벌이 6대째에 이르렀을 때 벌어질 혼란을 상상하며 자본주의 체제를 풍자한다.

마지막 3부는 작가가 쓴 시들을 처음으로 소개한다. 각각 8편의 시로 구성된 `세계의 개`와 `apoetryvendingmachine`은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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