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으로 그린 그림
김홍신 지음
해냄 펴냄·장편소설·1만4천원

베스트셀러 소설 `인간시장`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홍신(70)씨가 최근 장편소설 `바람으로 그린 그림`(해냄)을 펴냈다.

역사적·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소설들을 다수 집필했던 김씨는 근래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감정인 `사랑`에 대해 천착하고 있다. 전작 `단 한 번의 사랑`(2015)에서 가슴 깊이 묻어둔 첫사랑을 다시 만나 자신의 모든 걸 바쳐 그 사랑을 완성시키는 연인들의 모습을 그렸다면, 이번 신작에서는 마음속에 비밀을 간직한 채 침묵의 사랑으로 곁을 지키는 또 다른 성숙한 연인의 모습을 소설화했다.

`바람으로 그린 그림`은 사랑의 상처 때문에 더 이상의 사랑을 두려워하는 여인과 가톨릭 신부가 되려던 삶의 진로를 그 여인으로 인해 바꾼 남자의 운명적 사랑 이야기다. 소설은 두 주인공을 1인칭 시점의 화자로 번갈아 등장시키면서 이들의 감정 변화를 면밀히 따라간다. 주인공들의 대화와 독백을 통해 사랑의 매개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덕분에 사랑의 감동은 극대화된다. 성당에서 복사로 섬기며 신학대학을 꿈꾸던 학생이 7살 연상의 성가대 반주자를 만나 서로를 세례명인 리노와 모니카로 부르며 세속으로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그려나가는 지고지순한 여정은 진실한 사랑의 가능성과 가치를 보여준다.

외아들을 큰집의 양자로 보낼 수 없어 집안 어른들에게 면박을 당하면서도 보란 듯이 자식을 의사로 키워 내보이려는 리노 어머니가 소문난 모범생이었던 모니카를 불러 리노의 공부를 도와 달라 부탁한 것을 계기로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의 감정이 무르익는가 하면, 모니카가 느닷없이 나타나 해코지하는 옛 약혼자 준걸의 횡포에 못 이겨 은행원과 도망치듯 결혼을 결심하게 되자 리노가 절망에 휩싸이는 등 소설은 사랑의 고조와 좌절을 오가며 성숙해져가는 이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담아낸다.

김씨는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작에 대해 사랑 이야기이자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사랑의 본질은 생각하면 할수록 답을 내기가 너무 어려워요. 사랑은 인류가 사라질 때까지 숙제로 남을 것 같아서 사랑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이제부터는 사회비판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본질에 관한 더 깊은 구조를 다뤄보자는 생각에서 사랑으로, 인간의 본질로 돌아온 것으로 이해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사랑 이야기를 몇 편 더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를 조명하고 역사를 규명하는 소설, 민족사 정리하는 소설, 남과 북을 합일할 수 있는 통일에 관한 소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사랑에 관한 소설은 계속 써야 하고 쓸 것 같아요.”

김홍신 작가는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논산에서 자랐으며 1976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소설 `인간시장`을 세상에 내놓으며 한국 역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가가 됐다. 1980년대 실천문학운동에 뛰어들어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에 매달렸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시민운동 대표로 나서다 국회의원이 됐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8년 연속 의정평가 1등 국회의원(제15·16대)이라는 타이틀까지 덧붙였다. 국회를 떠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3년간 두문불출, 역작`김홍신의 대발해`를 완성해냈다. 등단 이후 130여 권의 책을 출간하며 다양한 문학상을 휩쓸어왔다. 박사에 석좌교수 직위까지 얹었다. 전국 각지에서 강연을 열어 인기를 얻었다. 충남 논산시에 올해 집필관이 들어서고 내년 말에는 `김홍신문학관`이 완공된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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