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31조 원을 들여 3천800개의 비급여 진료를 모두 건보 급여로 바꾸고, 2~3인 병실에도 건보를 적용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문 대통령의 발표에 일단 국민들의 기대가 높다. 하지만 지적되는 여러 미비점에 대한 치밀한 보완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여론이다.

문 대통령은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로비에서 가진 정책발표회에서 “오는 2022년까지 국민들이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용·성형을 제외한 MRI, 초음파 검사 등 모든 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이 발표한 새로운 보건 복지정책의 뼈대다.

한방의료 서비스도 예비급여 등을 통해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선택진료는 2018년부터 완전 폐지된다. 상급병실료도 내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2022년까지 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 병상을 10만 병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 억제를 위해 건강보험, 민간보험 간 연계 관리를 위한 관련법 제정이 추진된다.

노인, 아동, 여성 등 경제·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필수 의료비 부담을 대폭 경감한다.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치매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정밀 신경인지검사, MRI 등 고가 검사들을 급여화한다. 이와 함께 장애인 의료비 부담도 완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앞으로 국민 부담 의료비가 약 18%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진적인 복지국가를 건설하려는 새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는 문 대통령의 말은 백번 옳다. 그러나 급진적·전면적으로 비쳐지는 정책들이 부작용 없이 제대로 이행되려면 예측되는 제반 문제점에 대한 정밀하고도 신뢰 높은 대책들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폭증할 천문학적인 소요예산에 대한 마땅한 조달방법부터가 의문점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2022년까지 필요한 약 30조6천억 원의 재원을 현재 20조 원 규모인 건보 적립금과 정부지원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건보 재정은 2025년께 20조 원가량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데,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

동네의원·중소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산업의 붕괴현상은 또 어떻게 막아낼 건가. 장밋빛 청사진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암운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오늘` 당장 편하게 살자고 `내일`을 팔아넘기는 정책행위는 곤란하다. 연일 쏟아내는 혁명적인 복지대책이 민심을 노린 포퓰리즘의 산물이 아님을 입증해야 할 책임은 오롯이 정부여당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