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세실리아

내 안에는

폐(閉)의 기능을 상실해버린

낡은 문 하나가 살고 있다

빗장 지를 휜 숟가락마저

부식된 지 이미 오래인 위태한 문

어긋나고 뒤틀려

안팎의 경계가 지워져버린 문

문짝을 땐다

반쯤 빠져 휘어진 중못 새로 갈고

찍찍 벌어진 문설주도 손보고

닳아 내려앉은 모서리에

미싱기름 몇 방울 목 축여

무쇠 문고리 한 벌 암수로 박아놓으니

제법 말짱하다

문을 연다, 저렇듯 환한

개(開)!

문을 닫는다, 이렇듯 완고한

폐(閉)!

시인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침묵 속에서 완전히 자신을 봉인하고 외부와의 단절을 추구하는가 하면 어디로도 소통하고 열리는 자아를 열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잘 열리지도 잘 닫히지도 않는 어중간한 문이 아니라 자신을 온전한 침묵에 들도록 닫히는 문과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완전한 문을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내적 성찰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