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낙하산 공천` 방식의 후보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TK지역 정·관가에 파장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당에서는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공천까지 중앙당 공천관리위가 행사하고, 지방의원(광역 및 기초의원) 공천은 기존대로 시·도당 공천관리위가 공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지방자치·지방분권 시대의 정신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일이다. 부디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 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백지상태에서 시작한다. 지연이나 학연 등 기존 관계는 의미가 없으며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을 내보낼 것”이라며 “여당 시절에 누렸던 기득권이나 정당 프리미엄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을 공천한다는 데 한국당 지도부 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전략공천` 카드를 검토하는 이유는 TK지역에서마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형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이 역량 있는 신인들을 대거 발굴해 내년 지방선거에 투입할 경우 참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특단의 조치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서 중앙당 차원에서 당선가능성이 높은 인사들을 발굴해 내려 보내겠다는 발상이다.

정당이 위기국면에서 `전략공천` 방식으로 새 인물을 수혈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낸 역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한국정치의 주역들 중 상당수가 전략적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한 인재가 적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총선 때 서울 강북지역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당선자 7명 가운데 6명이 전략공천자였다는 점도 한국당의 `전략공천 옹호론`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민심은 결코 민주적이지 않은 절차를 거쳐 입지를 세운 후보자에 대해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권력투쟁의 징후가 중구난방 노정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구(舊) 주류인 친박(親朴) 대 친홍준표계의 대결구도에서, 향후 혁신위원회가 내놓을 공천 기준이 당내 극심한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진작부터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홍 대표가 `혁신`을 명분으로 자의적인 물갈이 카드를 감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감당 못할 내홍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지난 총선 당시의 `비박 학살` 논란의 참상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감동할 수준으로 당을 혁신해 신뢰도를 높이고, 선거 후보자들을 철저하게 민주적인 상향식 공천으로 선정할 때 비로소 유권자들의 마음이 움직인다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낙하산 공천` 같은 케케묵은 시대착오적 공천방식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