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대구·경북(TK)지역을 향한 `동진(東進)정책`이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여당 인사들의 TK지역 행보가 잦아지면서 내년 지방선거의 향방이 일찌감치 화젯거리다. 위기감이 높아진 보수 정치권 역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때 아니게 풍성한 정치의 계절을 맞게 된 TK지역이 `정치의식`을 드높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오는 10일 여름휴가의 첫 행선지로 안동 하회마을과 임청각, 도산서원을 선택했다. 이 총리는 이른바 `영남 3대 양반촌`으로 꼽히는 마을들을 잇달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단순한 휴가 일정으로만 봐 넘기기에는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이 총리의 휴가지 선정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수정당들은 정부여당의 TK공략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월 1주차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TK의 정당지지율은 민주당(32%), 자유한국당(16%), 바른정당(10%) 순으로 나타났다. 대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TK지역에서 줄곧 3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민심의 변화가 주목된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흔들리는 `집토끼`의 표심을 잡기 위해 오는 16일 TK지역을 찾는다. 한국당에 대한 지역 지지율이 미덥지 못하게 되자 휴가를 마친 홍 대표가 다시 나서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기국회 직전인 8월 말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갖기로 한 `국민 속으로` 토크 콘서트의 출발점을 대구로 선택한 점이 특별한 해석을 낳는다.

TK민심을 얻기 위한 러브콜 경쟁에 뛰어든 바른정당의 집념도 변함없다. 지난 19일 지역을 찾아 주민을 만나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등을 방문했던 이혜훈 대표는 항의 팻말과 태극기를 든 인사들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바른정당은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 대선 때 덧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을 극복하기 위해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역인사들을 중심으로 지역민심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TK지역 민심을 확보하기 위해 여야 정당들이 관심을 쏟는 현상은 지역민들의 `정치의식`을 고양시킬 좋은 기회다. 어느 정당이 진정 나라를 위해 올바른 정책을 펼치는지, 지역발전을 위해서 가장 신실하게 일할 정치집단은 또 어디인지를 냉철히 살필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다시 몹쓸 선동정치에 묶여서 부끄러운 `묻지 마` 지지의 함정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유권자로서의 자존심을 높이 세우는 분기점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유권자가 진정 주인인 나라`가 민주주의의 요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