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 봉

식구들과 함께 애써 살림 일구던 집이다

조잘조잘 책 읽으며 형제들과 공부하던 집이다

가족들 데리고 제금 난지 십년이 넘는 집이다

어른들 다 돌아가신 지 오래된 집이다

이제는 삼촌들과 아우들의 차지가 된 집이다

옛 식구들 껴안고 문득 살 부비고 싶은 집이다

손으로 두드려서는 문 열어주지 않는 집이다

더는 깊고 두터운 정 주지 않기로 한 집이다

남은 사람들 남은 방 잘도 차지하고 사는 집이다

삼촌들이며 아우들과도 인연 다 끊어진 집이다

그런 줄 잘 알면서도 가끔은 마음 달아오르는 집이다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옛집인데 이제는 남의 집이 된 시인의 옛집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스민 시다. 식구들과 혈육의 정을 나누며 오순도순 살아온 집에는 사랑의 흔적이 남아 있고 뇌리 속에는 그리운 것들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그래서 가끔은 마음 달아오르게 하는 것이 옛집인 것이다. 사람처럼 낡고 헐어가는 집이지만 옛집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은 누구에게나 오래오래 가슴 속에 살아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