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 갑질 논란이 염천(炎天)보다도 더 뜨겁다. 상상을 초월하는 하인취급 행태가 연일 밝혀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국방의 사명을 띤 병사가 지휘관의 사유 노복처럼 취급됐다는 사실은 기가 막히는 일이다. 이번 일이 그릇된 군(軍)문화를 일신하는 확실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다만 문제를 지나치게 키워 군의 명예는 물론 기본질서마저 해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국방부는 공관병을 몸종 부리듯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 부부에 대해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밝혀졌다”는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방부는 박 사령관을 형사 입건해 수사하고 부인은 참고인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감사결과 발표를 보면 박 사령관과 부인이 공관병들에게 저지른 비인격적인 언행은 가관이다.

박 사령관의 부인은 공관병 손목에 호출벨을 차게 하고 아들 빨래를 시키는가 하면 텃밭농사에까지 동원했단다. 또 부엌칼을 도마에 내려쳐 위협하고, 뜨거운 전을 얼굴에 던지기도 했다. 심지어 요리를 못한다고 부모까지 흉보는 식의 비인간적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부인의 횡포는 지난해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귀에까지 들어가 경고까지 받았지만 멈출 줄 몰랐다. 이들의 횡포에 시달리던 한 공관병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주장 등은 할 말을 잊게 만든다. 공관병을 마치 사노비처럼 부린 일은 자식들을 군문에 보낸 부모들에게 뜨거운 분노를 사고 있다. 일부 군 고위 간부의 삐뚤어진 행태는 비단 이들 부부만의 일이 아닐 수 있다. 지휘관 공관병의 임무는 공관 시설 관리나 지휘통제실과 연락 유지 등 공무가 중심이다. 가사도우미처럼 집안일을 도맡는 게 결코 아니다.

공관병에게 한밤 중 술상을 차리게 하고, 대학원 과제를 대필시키고, 관용차를 가족용으로 쓰고, 운전병에게 딸 집 커튼까지 달아주도록 하는 등 그 동안 유사한 물의가 잇따르는 것을 보면 이 문제는 군 내부의 고질적 병폐인 게 분명하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공관 근무 병력을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육군이 운영 중인 공관병을 대상으로 갑질 사례를 전수 조사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적절하다.

박 사령관 부부의 공관병 갑질 논란은 군 사회가 안고 있는 적지 않은 적폐현상의 한 단면일 것이다. 개중에는 과거에는 용인되던 일들이 시대가 바뀌면서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는 것들도 많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러나 문제를 너무 침소봉대(針小棒大)해 군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등 군문이 갖는 특수성마저 훼손해서는 안 된다. 옥석을 가리는 일이나, 파장을 섬세하게 헤아리는 지혜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