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암사의 큰 웃음
법념 스님 지음
도서출판 답게 펴냄·교양·1만5천원

비단 독실한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향곡(香谷)이란 법호를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향곡 스님(1912~1978)은 성철 스님(1912~1993)의 평생 도반이었던 동시에 한국 불교계의 선지식(善知識·수행자들의 스승)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겉옷은 물론 내의까지 기워 입고 일체의 사치를 부정했던 소탈한 수행자 향곡 스님을 바로 곁에서 3년간 모셨던 경주 흥륜사 법념 스님(72)이 최근 향곡 스님의 일화를 소개한 `봉암사의 큰 웃음`(도서출판 답게)을 출간했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불교신문`에 연재된 글을 모아 묶은 이 책은 향곡 스님의 인간적인 풍모와 수행자로서의 자세를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느낌을 준다. 법념 스님의 문장은 쉽고도 간결해서 불교와 관련된 지식을 가지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편하게 읽힌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종교 관련 서적은 “어렵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을 주기 십상이다. 하지만, `봉암사의 큰 웃음`은 이런 선입견, 혹은 편견을 훌쩍 뛰어넘는다. 예컨대 이런 대목을 읽어보자.

“법념아, 니는 마실에 있을 때 워커힐 쇼라 카는 거 봤나?”

“예. 한 번 봤어요.”

“그라마 외국 여자들이 상의를 훌렁 벗고 나오는 것도 봤나?”

“예. 외국 쇼에서 그런 거 보통입니다.”(중략)

“서울 보살들이 날 속이고 델꼬 가서 귀신한테 홀린 줄 알았다. 인자 서울은 오라캐도 안 갈끼다. 망신스러버서 영.”

1970년대 서울 신도들의 초청으로 워커힐호텔에서 외국인 쇼단의 공연을 본 향곡 스님이 법념 스님과 주고받은 대화를 옮긴 이 부분에선 향곡 스님의 염결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여기에 법념 스님의 맛깔스런 문체가 더해져 다소 민망스러울 수도 있는 이 에피소드를 담백하게 만들고 있다.

책에선 위와 같은 흥미로운 일화가 여러 편 소개된다. 이 책은 재미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를 세상과 인간에 관한 자연스런 깨달음으로 안내한다. 이것이 `봉암사의 큰 웃음`이 지닌 부정할 수 없는 미덕이다.

세상에 얼굴을 내밀어 이름 알리는 것을 삼가고 오로지 불법을 향해 용맹정진(勇猛精進)한 향곡 스님의 진면목을 알려주는 책 `봉암사의 큰 웃음`.

저자인 법념 스님은 1945년 중국 길림성에서 태어나 1972년 출가한 비구니 스님이다. 1992년부터 10년간 일본 교토 불교대학 등에서 공부했고, 2013년까지 동국대 경주캠퍼스 강사로 일했다. 2013년 `동리목월 신인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법념 스님은 여행을 좋아해 인도를 십 여 차례 다녀오기도 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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