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금희 언약의교회 담임목사

내가 목회를 하기 전 500명 정도의 중형교회를 출석하고 있었다.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내 나름대로 열심히 믿음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극심한 피부병이 발병했다. 내가 봐도 너무 끔찍한 상황이었다. 어쩌면 눈코입만 빼고 마치 문둥병 환자처럼 보였다. 피부병이 심해서 바깥출입을 하지 못했고, 피부가 찢어질 듯 쓰리고, 가렵고, 아프고, 피가 알알이 맺혀서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피와 고름이 줄줄 쏟아졌다. 냄새가 죽은 송장 썩는 것과 같았다.

정말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예배 시간이 되고 주일이 지나도 교회에 갈 수 없었다. 계속 교회를 빠지자 교회 할머니가 심방을 와서 내 모습을 보더니 “하나님께 벌을 받았다”며 핀잔을 줬다. 속이 상했다. 나는 하루 종일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왜 나만 모진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지` 내 자신이 한심했다.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삶을 즐겁고 기쁘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난 죽을 것 같은 고통이 밀려오고 저주받은 자처럼 처량한 신세가 됐다.

약을 먹으면 먹을수록 약을 바르면 바를수록 그 아픔과 고통이 지옥 같은 마음뿐이었다. 괴로운 나날 속에 지쳐가는 내 몸과 맘, 텅 비어버린 생각, 감각 없는 모습이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니요 마치 죽음의 질주를 하는 것 같았다. 이런 착각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모든 병원과 약국을 돌아다녀 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대구에 가면 문둥병 환자 치료하는 곳이 있으니 그 곳에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귀띔 해줘 약을 한 달분 받아왔다.

그 약을 먹는데 조금 후 녹지 않는 약을 그대로 토해냈다.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아 약이 안 받는가보다`란 생각을 하며 다음 날부터 다시 부지런히 챙겨 먹었지만 이상하게 그때마다 똑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이제 약조차 삼킬 수 없구나. 나는 어쩌지`하면서 성경을 펼쳤다. 에스겔 37장 1~13절을 읽었다. 내용은 마른 뼈들이 일어나는 에스겔의 환상이었다.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세상 만물은 복종해야 하며, 하나님의 명령에 그대로 따라야 함을 깨닫고 잠이 들었다.

새벽 2시 무렵 내 귀에서 “딸아, 일어나 세숫대야에 물을 붓고 네 손과 발을 담가라”라는 우레 같은 큰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방안에 가득 찼다. 너무 놀라서 그 명령대로 벌떡 일어나 세숫대야에 물을 붓고 내 손과 발을 담그며 “하나님, 저가 마른 뼈처럼 생기가 없고 불쌍한 처지인데 저를 용서해 주세요”라고 눈물로 기도했다. 내 눈물은 땀과 뒤범벅이 된 채 세숫대야에 떨어졌다. 그 순간 “앗 뜨거” 하면서 비명을 내질렀다. 내 손과 발을 봤다. 손과 발은 말할 것도 없이 내 몸의 모든 피부병이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깨끗해진 내 모습을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나는 부리나케 약국을 운영하는 집사를 찾아 내 모습을 보여주니 “아니 무슨 약을 먹었고 무슨 병원에 다녀온 건지”를 되물었다. 그래서 자초지정을 들려주고 병을 고쳐 주신 하나님을 찬양했다.

하나님의 명령으로 고침 받은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솟구치는 기쁨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세상 약으로 고칠 수 없는 나의 피부병을 고친 것은 기도와 말씀에 따른 하나님의 은혜임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