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묘 왕릉 지산동 44호 등
크고 작은 700여기 무덤 산재
대가야 궁성 방어하던 주산성
총면적 10만4천500㎡ 달해
암각화도 4곳이나

▲ 지산동 고분군

【고령】 고령군은 1천600여 년 전 우리나라 고대사의 한 축을 이뤘던 대가야의 옛 도읍지다. 고령은 장기리암각화를 비롯해 주산성, 고아동벽화고분, 대가야궁성지 등 유적이 산재해 있어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야외박물관`이라 불린다.

□ 암각화의 고장 고령

암각화는 바위나 암벽에 그림이나 도형을 새겨놓은 유적을 말한다. 시기적으로 구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 혹은 초기 철기시대에 이르기까지 선사시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생활상 등을 표현해 놓은 것으로, 문헌이 전하지 않는 선사시대 연구의 중요한 자료다.

암각화가 처음 알려진 것은 1971년에 장기리암각화와 울산의 반구대암각화가 처음 학계에 보고되면서부터였다. 장기리암각화는 우리나라 암각화 연구의 효시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고령 지역에는 장기리암각화, 안화리암각화, 지산동30호분 개석암각화, 봉평리암각화 등 4곳에 암각화 유적이 있다. 이는 단일 지자체 중에서는 가장 많은 것이다.

 

▲ 고령향교
▲ 고령향교

□고령향교에서 역사를 보다

대가야읍 연조리 주산의 지맥이 뻗어 나온 구릉 위에는 고령 유학교육의 산실인 고령향교가 자리잡고 있다. 고령향교는 대가야읍에서 풍수지리적으로 가장 좋은 길지에 입지하고 있다. 고령향교가 건립된 곳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러 차례 변화가 있었다. 대가야시대에는 나라의 중심인 궁성과 왕실 건물들이 있었다.

대가야가 멸망하면서 왕궁은 폐허가 됐다. 신라에서는 대가야의 궁성이 있던 곳에 절을 건립해 망국의 한을 안고 살아가던 고령 사람들의 민심을 달랬다. 그 절이 바로 물산사다. 조선시대 숭유억불정책이 시행되면서 물산사는 점차 쇠퇴해져 갔다. 그러다가 조선 후기에 접어들어 그곳에 고령향교가 자리잡게 됐다. 고령향교는 대가야시대 이후 고려, 조선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구한 역사의 흐름을 한 몸에 품고 있는 유서 깊은 장소다.

□ 대가야 궁성 방어의 최후 보루 주산성

주산성은 대가야읍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주산에 위치한다. 주산은 해발 310m 내외의 산으로 남북의 두 봉우리가 사람의 귀 모양을 하고 있어 이산(耳山)이라고 불렸다. 주산성은 내성(內城)과 외성(外城)으로 이뤄져 있고 산 중턱에 쌓은 석축(石築)산성이다. 성의 길이는 내성이 710m, 외성은 1천420m이며, 총면적은 10만4천500㎡ 정도다.

고령 주산성은 지난 2010부터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성벽은 지산동고분군의 무덤을 쌓은 방식과 같이 바깥쪽은 평평한 면을 수평으로 맞추고, 틈을 메우기 위해 작은 쐐기돌을 많이 사용했다. 주산성의 발굴조사를 통해 `가야지역 석축산성 부재론`에 종지부가 찍혔다는 평가다.

 

▲ 양전동 암각화
▲ 양전동 암각화

□ 지산동 고분군

주산성에서 남쪽으로 뻗은 능선 위에는 대가야가 성장하기 시작한 400년께부터 멸망한 562년 사이에 만들어진 대가야 왕들의 무덤이 늘어서 있다. 바로 대가야의 화려했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지산동고분군이다.

여기엔 우리나라 최초로 발굴된 순장묘 왕릉인 지산동44호와 45호분을 비롯해 그 주변에 왕족과 귀족들의 무덤이라고 생각되는 크고 작은 700여기의 무덤이 분포하고 있다.

지산동고분군은 무덤의 숫자와 규모, 출토유물의 우수성에서 가야지역을 대표하는 고분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12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지산동고분군은 대가야의 왕과 왕족, 귀족들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대략 160여 년간 700여에 달하는 고분이 조성된 것이니, 1년에 4.4기 이상의 고분이 만들어진 셈이다. 대가야의 지배층들이 자신들의 무덤인 지산동고분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왕릉급의 무덤은 한가운데 왕이 묻히는 큰 돌방을 하나 만들고, 그 주위에 껴묻거리를 넣는 돌방 한두 개와 여러 개의 순장자 무덤을 만들었다. 조사 결과 대체로 아래쪽에 있는 무덤들이 먼저 만들어졌고 차츰 능선의 높은 쪽으로 올라가면서 고분군이 형성됐다.

/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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