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5·6호기 공사를 완전 중단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와 절차 등을 둘러싸고 혼선이 빚고 있는 가운데 위원회의 법적 근거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전국법과대학교수회가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고,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공론화위 운영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일부에서는 국회의 존재가치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시민배심원단을 통해 공사를 영구 중단할지, 재개할지 결정하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는 며칠 전 “신고리 원전 공사 영구중단에 대한 공론조사를 진행할 뿐 찬반 결론을 내리지 않겠다”면서 `시민배심원단을 사실상 구성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혼선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공론화위원회가 공론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찬반이 결정될 것이며, 어떤 결정이 나오든 따를 것”이라며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법적 근거가 부족한 공론화위원회나 시민배심원단에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완전중단을 결정할 권한을 준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드세다. 전국법과대학교수회가 법학 교수 4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벌인 결과 75%(33명)가 “원전 영구중단 여부를 배심원단에 맡기면 법률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정치권 논란도 뜨겁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원자력 안전법 17조 1항 이외에는 원전 건설을 중단할 근거 법령이 없다”고 짚었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은 “독일은 원전에 대해 30년간 토론하고 국회에서 결정했다. 스위스는 탈원전 문제를 두고 국민투표만 5번을 붙였다”고 상기했다.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내 원전 25개 중 12개가 경북에 있는데 이를 모두 중단하면 800만명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피해액만 7조5천억원에 달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대통령 말씀 한마디에 지역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정부가 공론화위원회를 선택한 것은 여소야대 구조인 국회를 우회하기 위한 편법적 수단이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위원회가 만약 탈원전 정책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중립적 인사를 선정했다는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얼마나 될까. 공론화위원회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공공연히 `직접민주주의`를 말하고 있다. 국회의 고질적 비생산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마당에 머지않아 `국회 무용론(無用論)`이 거칠게 일어날 공산도 있다. 결국 한국의 대의민주주의는 지금 위태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국회의원들 스스로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증명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