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 석

이 악어는 우리가 본 악어 중 가장 크게 여겨진다

과장이 심했기 때문인데

그러나 무섭지 않은 악어

어슬렁거리지 않고 화가의 작업실 한 구석에 놓여 있다

두터운 갑피는 하나하나 다른 모양으로

우리 삶터 곳곳에 숨어 있다가 화가에게 들킨 것이다

쓰레기 하치장, 폐차장, 고물상 어디에나

그는 악어 조각을 찾아다녔다 악어가 될 만하면

뭐든 사 모으고 주워 모았다

온갖 쇠 파이프들 용접하면서

그는 악어처럼 마음과 몸 뒤틀었다

불꽃이 튀어도 악어처럼 악문 쇠 놓지 않은 채

온몸 뒤틀어댔다

시인이 말하는 악어는 무엇일까. 우리들 삶의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버려진 쇳조각을 시인은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날카롭고 예리하고 무게를 가진 쇳조각은 문명이 낳은 부산물이다. 무엇이든 덥석 물 것 같은 이 악어는 문명이라는 늪의 밑바닥에서 출몰하는 것이다. 때로는 예술가의 손에서 의미있는 스틸 작품으로 환생하기도 하는 것이지만 시인은 문명이 가진 금속성의 비정함 같은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