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일요일 오후의 일이었다. 너무 더워 집 근처 카페로 갔다. 거기서 책을 읽다가 잠시 쉴 겸 해서 페이스 북을 열어보았다. 페이스 북 친구 중의 한 명이 `최저 임금 인상`에 대한 자신의 인터뷰가 실린 기사가 실시간 검색 2위를 하고 있다고 링크를 걸어놓았다. 필자는 내용이 궁금해서 그 기사의 링크를 따라가 보았다.

이 기사는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천60원이 오른 시간당 7천530원으로 인상됐지만 노동계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 모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칫 `을`들 간의 전쟁이 벌어질까 우려된다.”는 구절로 시작하고 있다. 이런 기사 내용처럼 요새 언론 매체에서는 시간당 임금이 올라가면 편의점, 치킨 가게나 피자 가게 등의 점포주들의 수입이 준다는 내용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내년도 최저임금 시간당 7천530원을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를 기준으로 월 급여를 계산하면 157만3천770원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시급이 상승하면 아르바이트 직원의 한 달 수입이 9급 공무원의 초봉보다 높아진다고 보도하고 있다. JTBC의 8시 뉴스에서는 이 문제를 다루면서 공무원은 특별 수당 등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르바이트 직원의 수입보다는 많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보도를 보면서 필자는 “아~ 저런 비교도 하는 언론사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바이트 직원의 한 달 수입이 9급 공무원보다 많아지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알바 직원과 9급 공무원은 비교할 수 없는 근로 및 고용 조건 하에 있다. 알바 직원은 시간당 급료를 받는 비정규직이다. 4대 보험도 되지 않고 고용 안정성도 없으며 한 직장에서 1년을 일하든 10년을 일하든 호봉이나 직급의 상승도 없다. 반면에 9급 공무원은 20년 일하면 공무원 연금을 받을 수 있고 호봉과 직급도 올라간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7, 9급 공무원은 안정된 직장의 대표 주자로 인식되며 많은 대학생들이 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청년층 취업준비생은 71만 명이고 그 중 37%가 7,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청년들의 54.3%가 첫 직장에서 150만원 미만 임금을 받고 있는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16 비정규직 노동통계`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2016년 8월 644만4천명이다.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32.8%이며, 이들의 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53.5%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비정규직에는 알바 직원과 같이 시간제 급여를 받는 직원들도 포함되어 있다. 설령 시급을 올린다고 해도 이들은 대한민국 근로자 평균 소비지출 250만원을 벌지 못하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필자는 알바 직원일수록 시간당 급료가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보다는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고용안정성도 없고 4대 보험에도 들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용주는 시간당 급료로 보전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시간제 급여를 받는 근로자에는 청년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비율도 상당하다. 따라서 시급 인상을 특정 세대나 정치적 지지층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으로 바라보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언론에서는 치킨집 사장이나 편의점 사장 등을 내세워서 `알바 고용하지 않고 가족끼리 운영하겠다,` `시간당 급료가 올라가는 대신 일자리가 준다`는 식으로 보도하면서 `을`의 전쟁을 부추기는 태도는 지양했으면 한다. 오히려 영세 자영업자나 영세 기업에게 손해가 나는 부분을 어떻게 정부가 지원하고 보전해줄 것인가, 그리고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더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