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대 원

낙강아,

목숨처럼 귀한 그대 이름 걸고

고상한 몸짓으로

아무렇게나 북북 시를 써 갈겨 내려

가던

그 많던 시인묵객들

어디로 가버리고

아, 비방 어디로들 떠나버리고

그대는 저렇듯이

찢기고 할퀴고

처절하게 유린당한 채

눈물만 흘리고 있는가

말하라 낙강아!

대답하라 강물아!

유유히 흐름을 이어가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그 속에 녹아있는 깊고 긴 연대기를 읽는 시인의 가슴이 젖어있음을 느낀다. 민족의 반 허리를 면면히 흘러가며 수많은 시대의 민초들의 삶을 건너다 보고 품어주며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해준 강이 낙동강임을 풀어내고 있다. 강변에서 시를 읊던 시인 묵객들도, 총을 쥐고 피흘리던 유월의 병사들도 이제는 모두들 먼 시간의 강둑 너머로 떠나가버린 것을 시인의 젖은 가슴은 되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