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은 지난 19일 TK지역 민심을 잡기 위한 `바른정당 주인찾기 1박2일 캠페인`에 나섰다. 이혜훈 당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 당 지도부와 유승민 의원 등이 총출동했다. 그러나 방문 첫날 대구의 대표 번화가인 동성로 주변에서 태극기와 피켓을 들고 찾아온 보수단체 회원들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다음 날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에서도 보수단체 회원 30여 명이 태극기를 들고 나와 차량을 막아서서 “어디라고 여길 와”, “박근혜 탄핵하고 박정희 참배하러 왔느냐”는 등 항의를 계속했다. 한 중년 여성은 이혜훈 대표 앞을 가로막고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바른정당 지도부는 결국 참배한지 5분도 안 돼 발걸음을 돌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갈라진 보수정당들이 TK결전에 공을 들이는 것은 누가 뭐래도 대구·경북이 전통적으로 보수주의 정치의 본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마당에 보수정당들이 `배신자` 올가미와 `난파선` `구조선` 논쟁으로 치닫는 것은 꼴불견 소모전일 따름이다.
박근혜정부의 몰락은 정책이 아닌 특정 정치인을 중심으로 뭉치고 움직이는 정당의 말로를 보여준 대사변이다. 지역정치인들은 물론, 유권자들도 더 이상 왕조시대를 연상케 하는 유치한 `충역(忠逆)` 논리에 빠져 허우적대서는 안 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간 보수 정치지도자들에게 행패를 부린 친노세력에 대해서 쏟아진 국민적인 비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TK지역민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 전체 국민들의 가치관과 동떨어진 정서에 갇혀서 지역과 나라의 미래를 망쳐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새로운 보수주의의 의미를 정립해야 한다. 정당을 사당화(私黨化)해 핵심권력 언저리에서 극소수만 단물을 빨아먹는 구태의연한 보수정당은 이제 설 자리가 없다. 정치인들은 피폐해진 국민들의 삶을 개선할 새로운 정책들을 왕성하게 생산하고 경쟁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 역시 차가운 이성의 눈으로 정당과 정치인들의 정책역량을 가늠해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옳다. 이대로 가다가는 TK정치가 곤혹의 뻘밭에서 아주 헤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위기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품격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과 유권자들의 행태는 자해행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