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7개월간 연기 7㎏ 감소
살 찌려고 매일 밤 라면 먹기도
`지질한 삼류 악역` 해보고 싶어

“7㎏이 빠졌어요. 7개월간 촬영했으니 한 달에 1㎏씩 빠진 셈이네요. 왕이었지만 늘 뛰어다니고 얻어맞고 그랬잖아요. (웃음)”

지난주 수목극 1위로 퇴장한 MBC TV `군주-가면의 주인`에서 주인공 세자 이선을 연기했던 배우 유승호(24)를 최근 만났다. 고된 촬영에 한참 핼쑥해진 그는 “제가 몸은 좀 왜소하지만 그래도 버티는 건 잘한다고 자부한다. `군주`도 굉장히 힘든 작품이었고, 액션 중 많이 다치기도 했다”면서도 “돌아서면 금세 또 현장이 그립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기력을 소진할 만큼 열정을 쏟은 덕분에 유승호는 이번에도 호평을 받았지만, `군주` 작품 자체는 비판도 꽤 많이 받았다. 세자의 성장기를 그리다 보니 캐릭터가 답답한 면도 있었고, 연출도 다소 아쉬웠다는 평가가 따랐다.

유승호는 이에 대해 “누구의 탓이라고 할 수 없지만 굳이 꼽자면 배우가 좀 더 생각하고 표현을 잘했어야 하는데 아쉽다”며 “촬영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지치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주인공이 성장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스토리였잖아요. 세자가 대목(허준호 분)에게 `눈보라와 찬 바람을 맞으며 피는 꽃이 진짜 꽃이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군주`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였다고 생각해요. 그렇다 보니 중간에 통쾌함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죠.” 극 중 세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은(김소현)만을 사랑하지만, 여장부 화군(윤소희)을 응원하는 시청자도 많았다.

유승호는 “가끔은 저도 세자가 왜 자신을 이렇게 좋아하는 화군을 두고 가은만 사랑할까 생각도 했다”며 “그런데 생각해보니 가은에 대해서는 사랑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를 죽게 한 미안함도 있었기 때문에 더 깊고 복합적인 감정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희 씨와 만날 때마다 제가 다 미안하더라. 늘 화군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해서 우니까”라며 “한 번은 그냥 `(네 마음) 알겠다. 받아주겠다`고 할까 생각도 했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파트너 김소현에 대해서는 “저보다 6살 적은데, 연하와의 호흡은 처음이라 어떻게 챙겨줘야 할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제가 챙기지 않아도 든든한 파트너였다”며 “믿고 연기했다. 힘든 상황에서 전우애(?)도 느꼈다”고 설명했다.

2000년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한 유승호는 그동안 영화 `집으로`(2002), `마음이…`(2006), `4교시 추리영역`(2009), `블라인드`(2011), `조선마술사`(2015), `봉이 김선달`(2016)과 드라마 `왕과 나`(2007~2008), `선덕여왕`(2009), `공부의 신`(2010), `무사 백동수`(2011), `아랑사또전`(2012), `보고싶다`(2012~2013), `리멤버-아들의 전쟁`(2015~2016) 등으로 꾸준히 경력을 쌓으며 잘 자란 아역 배우의 표본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꼬리표는 유승호에게 짐이 되기도 한다. `군주`만 하더라도 유승호의 연기는 흠 잡을 데 없었지만, 그가 세자 연기를 끝내면 성인 배우가 왕으로 이어 나올 것만 같은 인상을 줬던 면도 있다.

“저도 그런 점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런데 또 좋게 생각하면 나중에 나이가 들면 `동안`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기대를 위안으로 삼고 있죠.

(웃음) 일단 `군주`에서는 어린 세자는 그저 순수하고 천진난만했고, 성인이 됐을 때는 편수회라는 조직을 내 손으로 없애겠다는 의지가 굳었기 때문에 연기하기에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무사히 잘 마쳤다고 생각해요.”그는 `늘 바른 청년` 이미지에 대해서는 “평범하게 또래들과 비슷하게 사는 것 같은데, 이 생활에 만족한다”면서도 “연기적으로는 악역도 한번 해보고 싶다. 특히 `지질한 삼류 악역`을 꼭 해보고 싶다”며 내심 이미지 변신에 대한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멜로에 대해선 “절절한 사랑에 빠져드는 데 대한 공감이 아직 잘 안 돼서 자신이 없다”고 `차차기 과제` 정도로 미뤘다. 유승호는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일찌감치 군대도 다녀오며 매번 남다른 선택을 했다. 덕분에 팬들은 그의 연기를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쉽지 않았던 선택들에 대해서도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대학에 안 간 것은, 제가 공부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학생 때는 연기와 병행했지만 힘들었어요. 제가 만약 연기를 안 했다면 정말 `띵까띵까` 놀고 있었을 것 같아요. 저는 제일 스트레스 받는 곳이 현장이지만, 마음이 제일 편안한 곳도 현장이거든요.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웃음)” 좀처럼 살이 찌지 않아 매일 밤 라면을 끓여 먹고 있다는 그는 당분간 여행 등 개인 시간을 보내며 차기작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