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고리원전 1호기가 공식 폐쇄됐고, 지난 14일에는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공사도 한수원 이사회가 3개월간 일시중단 결정을 했다고 한다.

전기요금 인상, 전력수급의 안전성 등 국민적 걱정이 많지만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로 강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원전 건설을 연기한 후폭풍은 차차기 정부에 몰아닥쳤다. 바로 2011년 일어난 대규모 블랙아웃 사태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차기 혹은 차차기 정권에서 뒷감당을 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내세우는 대체 에너지란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정부는 독일의 경우를 전가 보도로 내세우지만 선진각국이 원전폐기에 들어갔다는 것도 과장된 보도이고 독일, 스위스를 제외하고는 확실한 탈원전을 선언한 나라는 별로 없다.

독일도 수십조의 돈을 퍼부어 20여 년 이상 계획을 세웠으며 엄청난 인프라와 자금을 퍼붓고 있다.

사실 독일은 25년 동안의 공론화 과정을, 스위스는 무려 33년간 5차례의 국민투표를 통해 탈핵을 결정했다. 우리 정부도 당장 원전을 폐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늘리고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보다 점진적인 차원의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혹독한 원전 폐해를 입었던 일본조차도 다시 원전을 가동시키기 시작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점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은 매우 경제적이고 환경 친화적이다. 원전의 발전 단가나 탄소 배출량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문제는 안전성이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대중에게 원전이 매우 불안한 에너지원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근래에 들어서는 부산, 경주 등 동남해안을 따라 고강도 지진이 일어나면서 안전과 관련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선택입지는 크지 않다.

국내 환경에서 풍력, 수력, 원자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채택하기는 열악하다. 미국의 셰일 가스 및 오일과 같은 새로운 에너지가 개발되지도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력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어서 어떠한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원전 폐기물 처리 비용 및 사고 발생 시 큰 파급이 미치는 점과 같은 안전비용이 원전의 에너지 생산 비용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원전의 위험 부담비 같은 숨겨진 비용에 대한 논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숨겨진 비용으로 일컬어지는 원전 해체 및 핵연료 처분 비용은 숨겨진 것이 아니라 공개된 것이며, 회계 처리의 문제라는 반박 논리도 있다.

다른 수력, 풍력, 화령 및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에도 노후 발전소 처리 등의 비용이 존재하기에 원전만 숨겨진 비용을 원가에 산정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의견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원전은 정치논리로 건설되어서도 안 되고 정치논리로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면 충분한 학문, 경제적 검토와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해야 한다. 시간을 가지고 결정해도 늦지않다.

이 문제만은 포률리즘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사드배치와 관련해 절차적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는 원전문제에 있어서도 의견수렴과 절차를 중요시 여겨야 한다.

원전을 폐기하는 건 정부의 몫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할 차기 정부와 국민의 고심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