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끝없는 이슈 싸움이다. 지금 이 나라 모습은 마치 어느 정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할 정도로 영화 속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다. 특히 영화의 대사들이 현실에서 그대로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데자뷔를 보는 듯 하는 대표적인 대화는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이다.

어떤 일이 일단락되는가 싶으면 어느새 새로운 이슈가 대기 중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이슈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은 현 정부가 하는 일이 뭔가가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고. 인사 청문회도 그렇고, 추경도 그렇고 그동안 답답했던 속을 뻥 뚫어줄 뭔가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더 답답할 뿐이다. 해결책은 없고 제보 조작, 캐비닛 문건 등 이슈만 쏟아지고 있다.

이 사회는, 또 이 나라 정치는 이슈를 찾기 위해, 만약 이슈가 없다면 이슈를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과거는 이슈가 필요한 이들에게 화수분 같은 보물 상자다. 그래서 정권들은 과거 들추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면 이슈를 찾는 경우는 대개가 자신들의 구린 부분을 감추기 위해서이거나, 아니면 자신들의 일에 반대하는 세력들에게 협박이 필요할 때이거나, 또 아니면 어떤 껄끄러운 일을 새로 시작해야 될 때이다. 영화대로라면 과거에 구멍이 날 정도로 과거를 들추는 것은 분명 지금 상황이 뭔가가 뜻한 대로 돌아가지 않거나, 새로운 뭔가를 위한 분위기 조성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그 영화 중 다음과 같은 명대사도 있다. `당한 것에는 보복을 해야 된다.` 이 또한 영화와 현실이 너무 일치하는 것이다. 보복 정치, 이 말이야말로 이 나라 정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다. 겉으로는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한다고 떠들어대지만, 그 속내는 열성일 때 받은 서러움에 대한 복수가 정확한 표현이다. 그 서러움이 크면 클수록 복수의 강도도 강해진다, 지금처럼! 그것이 바로 이 나라 정치 철학인 복수혈전이다.

`길흉은 하나다!`라는 말과 채근담의 `득의시 변생실의지비`(得意時 生失意之悲:괴로운 마음 가운데 항상 마음을 기쁘게 하는 멋을 얻고, 득의만만할 때 문득 실의의 슬픔이 생겨난다)라는 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잘 나갈 때 항상 조심하라는 것이다.

지금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절대 없다. 단지 길고 짧음의 시간문제다. 진리(眞理)조차 그것을 누가, 언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지금이다. 또 객관이라는 말도 상대적 주관이라는 말로 대처되고 있다. 그러니 특정 집단의 잣대로만 지난 시간을 판단하고 평가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면 복수혈전이라는 낡은 정치의 틀을 깨지 못한다.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는 입장에서 봐야만 한다. 모두들 `온고지신`(溫故知新:옛 것에서 새 것을 찾는다)을 알 것이다. 무조건 거부하고 배척해서는 이 나라는 발전의 방향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간다.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라는 것이 있다. `하나의 물건을 구입한 후 그 물건과 어울리는 다른 제품들을 계속 구매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구매한 물품들 사이의 기능적인 동질성 보다는 정서적,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동질성을 추구한다는 것이 디드로 효과이다. 이것을 사람 일에 빗대어 표현하면 끼리끼리 논다는 것이다. 모든 집단, 특히 정치야 말로 디드로 효과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언론은 현 정부의 인사를 `유시민(유명 대학, 시민단체, 민주당 보은 인사)` 인사라고 평한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이다. 탕평책이니 열린 인사니, 참 웃긴다.

디드로 정부에 한 가지만 바란다, 시험을 없앤다는 등 학교를 정치 이슈의 장으로 만들지 말고 제발 온고지신의 미덕을 살려 학생들을 그만 좀 괴롭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