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한식 경북부

오늘날 우리 사회의 핵심 덕목 중 하나로 이야기되는 것이 `상생(相生)`과 `배려(配慮)`다. 서로 함께 하고 상대를 위해 자신을 조금은 낮출 수 있는 것이 당연함에도 어느 때부터 상생과 배려가 강조되기 시작했다.

앞에서는 상생을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칼을 꽂는 게 예사로운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이며 이를 모방하는 사례들이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으니 후배들에게 부끄럽다.

배려를 이야기하면서 나에게 돌아올 수지타산만을 머리 속으로 계산하고 있는 세태가 안타깝다. 참으로 약삭빠른 세상이다. 그래도 이 땅이 살만한 세상임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있어서 그나마 체면치레를 한다.

최근 경산버스㈜ 고객서비스센터에 젊은 기사를 칭찬하는 글이 올라왔다. 고객서비스센터에 올라오는 글 대부분이 잘못을 지적하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이 글은 `젊은 기사분 오랜만에 보기좋았소` 란 제목으로 눈길을 끌었다.

글은 `약자서민`이라는 닉네임으로 작성된 것으로 “399번 젊은 기사가 경산시장에서 남들은 무시하고 지나간 어떤 할아버지를 태웠다. 냄새가 나고 말이 통하지 않아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를 자인파출소에 친절히 내려드리고 걱정하는 모습에 버스기사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변화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젊은 기사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배려를 실천했다. 남들이 피하고 싶은 일을 스스럼없이 행했다.

불안해하는 노인을 진정시키고 자신의 버스에 탄 승객에 대한 도리를 다해 타인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했다.

이 글을 읽으며서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또 독자의 처지에서 기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는지를.

경산버스의 이 젊은 기사처럼 우리 사회에는 숨은 배려와 상생으로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많다고 믿는다. 나와 너, 우리가 모두 배려와 상생을 실천하는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찬 세상을 기대해 본다.

경산/shs1127@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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