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심리학에는 조하리의 창이란 이론이 있다. 조하리란 고안자인 루프트(Luft, J)와 잉햄(Ingham, H)의 이름을 결합한 것으로 일명 `마음의 창` 또는 `마음의 4가지 창`이라고도 하며, 대인인지훈련과 대인관계능력에 활용되고 있다.

그 창은 밭전(田)자처럼 네 개의 창틀로 되어 있는데 위의 두 창은 남이 알고 있는 내 마음 즉, 자아의 부분이다. 그 중 왼쪽 창틀은 개방적으로 나와 남이 모두 알고 있는 마음의 부분 즉, 공개영역이고(열린 창), 오른쪽에 있는 창틀은 나의 재능이나 단점 등 남은 알고 있으나 나는 모르고 있거나 은폐하고 싶은 부정적인 내 마음 즉, 맹인영역(장님의 창)이다. 그리고 아래쪽 두 창은 남이 모르는 내 마음이다. 왼쪽 창은 자신은 알고 있으나 맹목적으로 억제하여 노출을 시키지 않아 타인이 모르는 내 마음 즉, 비밀영역(숨겨진 창)이고, 오른쪽 부분은 타인도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의 자아 즉, 미지의 영역(미지의 창)이다.

사람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열린 창 즉 공개영역을 극대화해나가야 하지만 사람에 따라 이 네 부분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고 작을 수 있다. 이러한 경향으로 어느 국민에게나 다른 국민보다 어느 부분이 더 크고 더 작고하는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다. 여기서 남이 알고 있는 나의 부분을 `공적자기`라 하고, 남이 모르는 나의 부분을 `사적자기`라고 한다.

이 이론에 비춰 한국인과 서양인의 의식차이를 비교해보면 무의식층은 동서 두 민족이 비슷하나 사적인 자기층은 서양인에 비해 한국인이 엄청나게 큰 반면, 공적인 자기층은 월등히 작게 나타났다. 이로 볼 때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남에게 알리는 자신의 부분을 최소화하고 남에게 알리지 않으려는 자기 부분을 극대화하려는 의식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폐쇄적이고 드러내지 않으려는 한국인의 표현구조는 일상생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인은 보다 소수의 사람들과 선택적으로 접촉하며 미지의 사람과는 가급적 접촉을 적게 함으로써 자기노출의 위험을 최소화시키려한다는 것이다.

이 네 개의 창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맹인영역인 `장님의 창`이다. 이 장님의 창은 나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나의 또 다른 자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창은 확장도 가능하기에 한 명 한 명의 심리가 아닌 집단이나 조직 전체의 상태에 대입해 볼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맹인영역은 피드백 즉, 상대방의 조언과 책망을 통해 우리 자신에 대해 알아갈 수 있게 되고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게 된다. 집단이나 조직 또한 마찬가지로 내부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어 조직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정치의 흐름을 분석해 보면 정당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타 정당이나 국민들 입장에서 보기에는 분명한 문제점과 도덕적 흠결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정작 그 정당 내부의 어떤 사람도 문제점을 깨닫지 못하거나 스스로 외면하려는 경향이 많다.

그 대표적 예가 지금 정치권에서 부각된 지난 대선 때 한 야당이 만든 가짜뉴스인`제보조작 사건`이다. 이 당의 당원에 의해 만들어진 조작사건을 당사자가 스스로 모든 진실을 밝힘으로써 윗선과의 공모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나 정작 윗선에서는 모두 모르쇠나 궤변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더욱 희한한 것은 아이들도 웃을 자체진상조사단의 조사발표를 믿는 국민들은 애초부터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답은 바로 국민의 입장이 돼서 그 집단을 들여다보면 모든 문제점들이 상식선에서 환하게 비춰지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조하리의 창`이 주는 또 다른 시사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