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던 리치 시리즈제프 밴더미어 지음황금가지 펴냄·SF 소설

`X구역`이란 가상의 장소를 둘러싼 기이한 현상을 스릴러와 서스펜스의 성격을 가미홰 섬뜩하고도 매혹적으로 풀어낸 SF 시리즈, 서던 리치 3부작(황금가지)이 출간됐다.

환경 재앙이 벌어졌다는 이유로 정부에 의해 30여 년간 격리된 미 남부의 `X구역`을 파헤치려는 탐험과 이곳에 관련된 사안을 다루는 비밀스러운 정부 기관 `서던 리치(Southern Reach)`의 전모가 세 권에 걸쳐 기괴하고 흥미롭게 펼쳐진다.

서던 리치 3부 작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 판권이 판매됐으며, 1권인`소멸의 땅(Annihilation)`은 네뷸러 상과 셜리 잭슨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또한`엑스 마키나`의 알렉스 갈런드 감독, 나탈리 포트먼 주연의 영화로 제작 중이며 2018년 공개될 예정이다.

시종일관 심리적 긴장감을 주는 이 시리즈의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생생한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페이지를 넘기기 불안하게 하는 한편으로, 다음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소멸의 땅`에서는 X구역을 탐험하는 12차 탐사대의 여정이 대원 중 한 사람인 생물학자의 시점에서 펼쳐진다. 사실 `환경 재앙`은 X구역을 폐쇄하며 정부가 댄 표면상의 이유일 뿐, 이곳이 외부 세계와 경계를 이루며 형성된 원인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으며 서던 리치가 보낸 역대 탐사대들이 목격한 X구역 안은 원시적으로 변해 버린 자연이었다. 또한 기이하게도 이곳에서 첨단 기기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다녀온 탐사 대원들은 거의 기억을 잃거나 암에 걸리는 등 고통스러운 말로를 겪는다. 생물학자는 X구역에서 발견한 동물 혹은 괴물들이 무언가 다른 `존재`에게 사로잡힌 것 같은 기이한 감각을 느낀다. 생물학자의 탐사와 바깥세계에서 경험한 그녀의 삶이 교차돼 진행되면서 X구역의 비밀이 어느 정도 풀리고 인간의 파괴적인 면모가 이곳의 발생에 어떤 연관이 있으리라 암시되지만, 그만큼 새로운 의문들이 제기된다. 이러한 의문들은 서던 리치의 신임 국장 `컨트롤`의 조직 내의 비밀을 파헤치는 `경계 기관`에서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또다시 풀리지 않는 숙제를 남기고 `빛의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X구역을 둘러싼 의문들은 현실에서 자연과 우주의 많은 이치가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것처럼 결국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마치 출구 없는 미궁 속을 헤매는 기분이 들게 하는 이 시리즈는 그럼에도 X구역이란 기이한 영역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 듯한 강렬한 여운과 함께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경이로움을 함께 선사한다.

저자 제프 밴더미어는 아내인 앤 밴더미어와 함께 페미니즘 SF 선집`혁명하는 여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기획의 SF 판타지 기획하며 SF.판타지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편집자이기도 하다. `이중 도시`의 차이나 미에빌과 함께 위어드 픽션(엄격한 장르 구분이 생기기 이전인 19세기 말~20세기 초에 등장했던 비현실적인 배경과 사건을 다룬 사변소설의 한 형태)을 계승하는 현대 작가로 손꼽히는 그는 서던 리치 3부작을 통해 대중적인 성공과 평단의 지지를 얻었다. 작중 X구역의 묘사는 세인트 마크스 국립야생동물 보호구역, 보태니컬 해변 주립 공원, 밴쿠버 섬의 퍼시픽 림 국립 공원, 부모님을 따라 어린 시절에 지냈던 피지 섬 등의 지역을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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