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해 한반도에 또 다른 위기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5일 우리도 동해안에서 한국군의 현무-2와 미 8군의 ATACMS(에이태킴스) 지대지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의 변함없는 도발의지가 확인된 만큼 새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대북정책도 현실에 맞도록 보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동해상으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이 미사일이 최고 2천802㎞까지 상승해 933㎞를 비행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정상 각도로 발사했다면 미국 알래스카와 서부 본토까지 닿을 수 있는 거리인 8천㎞ 이상 날아갈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 국방부도 북한 평안북도에서 동해상으로 날아간 발사체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확인했다.

그러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 참석해 “ICBM이라고 하려면 사거리, 재진입, 유도조정, 단 분리 등에서 성공해야 한다”면서 “(북한 ICBM)사거리는 7천~8천㎞로 평가했는데 나머지 재진입 기술이나 이런 것들은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북한이 ICBM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려면 최소 7천℃에서 견딜 수 있는 탄두부를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은 동북아 안보지형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본토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미국의 대응강도는 확연히 달라질 게 분명하다. 주목할 부분은 북한의 도발이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사흘 만에 일어났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의 `대화` 제스처에 대해 명백하게 거부 응답을 한 것으로 읽힌다. 추가도발 중지와 핵동결을 전제로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북핵 해법 구상은 기초부터 흔들리게 됐다.

국제사회의 유화적 자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도발을 지속하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거듭 확인된 만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고집한다면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대북 공조에 균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에서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나가겠다`는 낭만적인 생각은 일단 접어두는 게 타당할 지도 모른다.

`사드` 문제만 하더라도 비상 상황에 처한 현실을 감안해 `긴급배치`를 수용하는 것이 맞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북한이 핵 도발을 계속하고 중국이 북핵을 억제하지 못한다면 사드배치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해오지 않았던가. `대화`만이 전쟁참화를 막는다는 문문한 논리만으로는 이 안보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사즉생(死則生)`의 결기만이 평화를 담보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상기할 때다.